[Global Economy]“美-유럽 대형 우량 매물 잡자”… 中, 344조원 투자기금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런민은행 국무원 승인 받아… 넘치는 외환, 실물 전환 추진

중국이 미국과 유럽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초대형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싼값에 나오는 우량 매물을 사들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유럽 재정위기를 이 기금으로 도와줄 가능성도 있다.

경제 전문 중국증권보는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최근 국무원으로부터 상하이에 미국 투자를 위한 화메이(華美)와 유럽 투자를 위한 화어우(華歐)라는 명칭의 기금 설립을 승인받았다고 12일 보도했다.

현재 설립을 준비 중인 이 기금들의 자본금은 둘을 합쳐 무려 3000억 달러(약 344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도 2007년 설립 당시 자본금 2000억 달러로 출발했다. 중앙은행이 기금 설립을 추진 중이라지만 자본금이 국부펀드보다 더 많은 것은 중국 중앙정부의 정책이 적극 개입된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 전문가는 “국가와 국가 간에 정책적인 대규모 딜을 하지 않는다면 이런 규모의 기금을 조성할 필요가 없다”고 예측했다.

중국은 그동안 보유외환의 다변화를 추진해 왔다. 9월 말 현재 3조2000억 달러에 이르는 외환보유액의 3분의 2가 달러화 표시자산에 투자돼 있다. 따라서 세계 금융시장 격변에 따라 보유가치가 급변하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우려가 잇따랐다. 이강(易綱) 런민은행 부행장 겸 외환관리국장은 지난달 한 포럼에서 “보유외환의 투자를 다변화하는 게 장기적인 과제”라면서 “외환보유액이 너무 많아 단기적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바꾸기는 어려우며 장기적으로 투자처를 다양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는 일부 보유외환을 자원이나 기업 등 실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앞서 지난달 말 CIC의 러우지웨이(樓繼偉) 이사장은 영국을 방문해 “중국은 영국과 기타 선진국의 기초 설비에 투자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한편에선 이 기금을 통해 중국이 유럽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 국가들이 싼값에 내놓는 우량 매물들을 사들이면서도 생색을 내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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