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빅5’에 진입한 현대자동차는 최근 전 세계를 무대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은 물론이고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신흥국에서도 잇달아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현지 시장 공략에 실패한 국가가 있습니다. 바로 일본입니다.
현대차는 2000년 일본판매법인(HMJ)을 설립하고 아반떼와 쏘나타, 싼타페 등 주력 차종을 잇달아 선보였지만 도요타, 혼다, 닛산이라는 일본 ‘빅3’의 철옹성을 뚫지 못했습니다. 현대차는 결국 2009년 ‘10년간 누적 판매 1만5000여 대’라는 초라한 실적을 거둔 채 일본 승용차 시장에서 철수했습니다. 이전까지 승승장구해온 현대차에는 돌아보고 싶지 않은 기억입니다.
일본에서 ‘뼈아픈 실패’를 거둔 현대차지만 그 가운데서도 나름대로 실적을 올리고 있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대형버스입니다. 현대차는 승용차 시장에서 철수한 2009년 고급 대형버스인 ‘유니버스’(사진)를 일본 시장에 출시했습니다. 유니버스는 출시 후 올해 10월까지 일본에서 총 174대가 팔렸습니다. 일본에서 대형버스 연간 판매량이 1000대가 채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준입니다. 현대차는 지난달 30일 열린 ‘2011 도쿄 모터쇼’에서도 신형 유니버스를 출품하며 현지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승용차는 실패했는데 버스는 왜 잘 팔릴까요. 최근 만난 현대차 상용차부문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나왔습니다. 다름 아닌 ‘한류 열풍’으로 최근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난 덕분이라고 합니다. 현대차 관광버스를 타 볼 기회가 많아진 일본인들이 넓은 실내 공간과 고급스러움에 깊은 인상을 받고 자국으로 돌아가 입소문이 돌며 인기가 높아졌다는 겁니다.
일본에서 대형버스를 탈 일이 몇 번 있었습니다. 대부분 폭이 좁고 앞뒤 공간도 여유가 없어 긴 시간 동안 앉아 있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버스는 역시 한국산이 좋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한류’ 바람을 타고 현대차가 다시 한 번 일본시장에 도전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