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사는 김모(43) 씨는 최근 대리운전을 불렀다가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일산 번화가에서 술을 마시던 중 '20대 섹시 여기사 대기 중 대리운전 불러주세요'라는 문자를 받았다. 호기심에 전화를 걸어 대리운전 기사를 요청했고 10분 만에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대리운전기사가 짧은 치마를 입고 나타났다.
이 여성은 김 씨의 집으로 가던 중 목이 마르니 잠시 쉬었다 가자고 제안했고 김 씨가 받아 들이자 인적이 드문 한 공원에 차를 주차했다.
그러더니 이 여성은 대뜸 차에서 유사성행위는 3만원, 실제 성행위를 하면 7만원만 내면 된다고 제안했다.
술에 만취해 있던 김 씨는 7만원을 주며 성행위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이 여성은 "2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돌변, 김 씨를 협박했다.
다행히 차 안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는 것을 확인시켜 주자 '재수가 없다'는 말만 남긴 채 이 여성은 차에서 내려버렸다.
김 씨는 "호기심에 전화를 했다가 큰 코 다칠 뻔 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연말을 맞아 유흥가를 중심으로 '섹시 대리운전'이라는 변종 성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특히 술에 취한 사람들을 노려 성행위를 한 뒤 협박하는 사례까지 접수되면서 시민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14일 밤 일산 유흥가에서 만난 한 대리운전 기사는 "섹시대리운전이 2년여전에 기승을 부리다 잠잠해진 줄 알았는데 다시 생긴 것 같다"며 "콜을 기다리다 보면 젊은 여성 뿐 아니라 주부들이 짧은 치마와 짙은 향수냄새를 풍기며 남성운전자의 차에 타는 모습이 간혹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업계에서는 섹시대리운전 기사들이 30~40대 접대부 출신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체 소속 대리기사는 "한 손님이 일산에서 영등포까지 가던 중 유혹에 넘어가 인적이 드문 곳에서 성관계를 가졌다가 성폭행 당했다고 신고하는 바람에 500만원을 주고 합의했다는 말도 들었다"며 "본인 차에서 성관계를 한데다 자신의 옷을 찢는 등 정황상 걸려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피해자들은 늘고 있지만 경찰은 섹시대리운전 단속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 경찰은 "성매매의 경우 현장에서 단속을 해야 하지만 차 안에서 벌어진 일을 어떻게 알고 단속하겠느냐"며 "현장에서 적발한다 해도 연인사이라고 잡아떼면 입증하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성행위를 암시하는 업소의 전화번호로는 아예 연락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하고 있다.
대리운전 업체 사장 김모(50)씨는 "만취한 손님들이 짙은 화장과 향수냄새, 짧은 치마를 입은 대리기사와 단 둘이 가는 중에 유혹을 하면 10명이면 9명은 넘어간다"며 "만취상태에서 돈을 어떻게 지불하는지, 심지어 성폭행범으로 몰릴 수도 있는 만큼 아예 연락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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