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는 갔지만 그가 만든 제품은 여전히 우리의 영혼을 울리는 유산으로 남아있다. 영혼이 있는 리더에 대한 그리움이야말로 잡스가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유산이다. 동아일보DB
올해 최고의 검색어로 스티브 잡스가 선정됐다. 많은 사람을 열광하게 만들고 애플이라는 위대한 회사를 두 번이나 일으켜 세운 그의 리더십의 요체는 무엇일까. 단순히 천재적 창의성이라는 한마디로 규정해 버리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던 인간으로서의 복잡성과 갈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의 리더십에서 반드시 발견해야 할 리더로서의 보편타당한 역량을 살펴보자. ○ 통찰력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져라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회사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강한 리더였다. 이런 자신감은 그의 뛰어난 통찰력에서 나왔다. 그의 통찰력은 천재성과 관련이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잡스의 미래에 대한 강박관념이었다. 그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고객과 시장 기술을 끊임없이 관찰했으며 이를 통해 미래를 보았다. 그는 고객의 숨겨진 니즈와 기술 트렌드를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대한 제품을 만들면 고객의 수요는 언제나 따라온다고 굳게 믿었다. 잡스의 이런 노력이 그를 미래에 대한 통찰력이 가장 뛰어난 최고경영자(CEO)로 만들었다. ○ 완벽한 제품에 대한 예술가적 열정을 지녀라
잡스를 잘 아는 많은 리더에게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라면 ‘열정’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그냥 삶에 대한 열정이 아니라 우주에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위대하고 완벽한 제품,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창의적인 회사에 대한 열정이다. 제품 출시 일자가 임박했음에도 잡스는 제품 포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수십 번씩 디자인과 색깔을 변경하게 했다. 잡스가 진정으로 위대한 이유는 그의 천재적인 창의성이 아니라 삶에 대한 처절한 고민과 위대한 제품에 대한 열망,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내겠다는 열정이다. ○ 본질에 집착하고 선택과 집중력을 키워라
리더로서 잡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제품과 일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이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을 파악하고 이에 집중하는 능력이다. 그는 항상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판단하는 게 해야 할 일을 판단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선택과 집중에 매달렸다. 1997년 애플로 복귀한 잡스가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20여 개로 불어난 애플 제품을 과감히 4개로 줄여 똑똑한 인재들이 시시하고 형편없는 제품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평생 적대적 관계였던 빌 게이츠조차 “몇 가지 중요한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잡스의 능력은 놀랍습니다”라며 그의 탁월한 선택과 집중력을 높이 샀다. ○ 일에 명확한 책임 소재를 부여하고 디테일에 집중하라
잡스의 또 다른 뛰어난 점은 명확한 책임 소재를 중시하는 태도와 디테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혁신이란 직원들을 자유로운 초장에 풀어 놓고 마음껏 뛰어놀게 한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엄격한 책임감과 명확한 책임 소재, 그리고 성과에 대한 철저한 평가 없이 구글의 ‘20% 룰’ 같은 방식을 시행하다 조직 전체가 혼란에 빠지곤 한다. 경쟁 기업보다 더 빨리 고객의 니즈를 잘 해결할 혁신적이고 수익성 높은 제품을 만들려면 명확한 책임 소재를 부여하고 개발 과정 하나하나마다 리더의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래서 잡스는 권한 위임을 하는 리더와는 거리가 멀었다. ○ 함부로 따라 하다가는 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이렇게 위대한 점을 많이 지니고 있었지만 그의 리더십은 함부로 따라하다가는 큰 부작용을 유발할 만큼 너무 극단적이었다. 부하들의 약점을 공격해 위축되게 하고 이를 이용한 것, 타인에 대한 배려나 존중 없이 자기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했던 수많은 ‘또라이’ 같은 행동, 목표 달성을 위해 공동 창업자이자 가장 친한 친구인 스티브 워즈니악 같은 사람에게까지 거짓말을 하고 배신했던 비윤리적 행동들…. 하지만 잡스에게는 그가 지닌 이 모든 부정적인 면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카리스마와 재능, 그리고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모든 조합이 한데 어우러져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을 만들어 냈다. 이런 점을 무시한 채 그가 리더로서 보여준 단편적 행동들을 무조건 따라 하다가는 ‘위대한 리더’가 아니라 그냥 ‘또라이’가 될 확률이 훨씬 높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통찰력에 기초한 미래에 대한 확신, 예술가적 열정, 본질에 대한 집착, 명확한 책임 소재 부여 등 시대와 상황을 초월해 성공한 리더라면 반드시 실천해야 할 보편타당한 원리들이다.
잡스는 어쩌면 자신의 본질적 역할이 부하의 생각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친절하고 존경받는 리더가 되는 것보다는 인류에게 위대한 도구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자신이 이끌고 있는 조직에 진정한 영혼이 될 수 있는 리더가 언제 다시 나타날까. 영혼이 있는 리더에 대한 그리움. 이게 잡스가 우리에게 남긴 진정한 유산이다. 리더는 레거시(legacy·유산)를 남기는 존재다.
정동일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95호(2011년 12월 15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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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부르는 측근정치
▼ 전쟁과 경영/토목보의 變: 속병 든 明나라, 황제를 빼앗기다
명나라 6대 황제인 영종은 평생 궁중에서 자랐다. 군사적 재능도 거의 없었다. 환관의 전횡이 심해져 나라도 뒤숭숭했다. 그러던 중 몽골계 부족인 오이라트가 변방을 침략하자 영종은 최측근 환관이던 왕진의 말만 믿고 오이라트 정벌에 나섰다. 모든 신하가 만류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왕은 기어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변방지역인 다퉁으로 향했다. 결국 선발대가 몰살당했다. 왕진은 급히 회군하기로 했다. 그런데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자신의 저택에 머물며 황제를 대접하겠다는 생각으로 지름길을 놔두고 먼 길을 택했다. 발 빠른 오이라트가 이를 놓칠 리 없었다. 결국 영종은 토목보에서 오이라트의 포로가 되고 말았다. 측근정치가 얼마나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노조도 사회적 책임을
▼ Voice from the field/노조, 사회 공헌 눈 뜨자 몰입과 만족 찾아왔다
노동조합이 사회적 책임의 주체라는 인식은 아직 생소하다. 노조는 경영진으로부터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신장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다. 이 목적에만 충실했다면 노조는 존재의 목적을 다한 셈이다. 하지만 오늘날 노조는 그 규모가 커지고 활동 폭이 넓어졌다. 노조의 활동 결과는 구성원과 그 가족은 물론 협력업체와 지역사회,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노조를 단순히 스스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독립된 단체로만 인식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노조가 사회적 책임(USR·Union Social Responsibility)을 이행해야 한다는 기대가 확산되는 것은 이러한 흐름과 관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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