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우리 기업의 체감경기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제조업체의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 전 분기 대비 수치가 내년 1분기(1∼3월)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BSI 실적치 역시 2009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1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업체 2200곳을 조사한 결과 내년 1분기 BSI 전망치는 77로 나타났다. 올해 4분기(10∼12월) 전망치가 94였던 점을 감안하면 17포인트나 하락한 것이다. 이 같은 하락폭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분기에 전 분기보다 24포인트가 하락한 이후 최대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0∼200으로 수치화한 BSI 전망은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 경기가 이번 분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은 것이고, 100 미만이면 반대의 의미다. ▼ 한국경제 버팀목 수출기업 부진 우려 ▼
BSI 실적치 역시 올 4분기에 68로, 2009년 1분기(30)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에 100이었던 BSI 실적치는 올해 들어 4분기 연속 하락하면서 계속 100을 밑돌았다.
내년에 특히 우려되는 점은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수출기업의 부진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선진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수출 기업들의 BSI 전망치가 급락하고 있다. 수출기업의 BSI 전망치는 올 4분기 99에서 내년 1분기에는 84로
크게 떨어져 하락폭이 15포인트나 됐다.
미용기구 제조업체인 A사 관계자는 “주력 수출지역이 동남아시아라 그나마
올해는 수출이 늘어났는데 최근 일부 신흥국의 주문량이 정체되는 상황”이라며 “미국이나 유럽 쪽은 수출길이 막힌 지 오래돼 내년에
고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내수기업의 BSI 전망치는 올 4분기 93에서 내년 1분기 75로 더
떨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 침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기업의 BSI 전망치는 올 4분기
94에서 내년 1분기 79로 급락했다.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94에서 77로 떨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4분기
BSI 실적치도 각각 64와 69로 매우 침체된 상황이다.
박종남 대한상의 조사2본부장은 “불투명한 내년 경제여건
때문에 기업들의 경기심리가 얼어붙고 있다”며 “물가안정 등을 중시하던 정책기조를 불황 극복과 내수경기 진작으로 전환하고, 중소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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