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둔 국내 증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통상 크리스마스 연휴전후로는 연말 특수에 힘입은 강세장이 펼쳐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기대했던 ‘산타의 선물’을 받기 어려워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의 지속, 외국인의 공격적 매도, 위험지표 상승세로 대변되는 ‘3재(三災)’가 겹쳤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이달 들어 1,900을 단기 고점으로 하락 전환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지난주(12∼16일)는 미국 국채만기(15일)와 미국·유럽시장 12월 선물·옵션만기일(16일)을 앞두고 외국인의 현·선물 매도물량이 쏟아지며 코스피는 1.8% 하락했다.
연말 증시 풍경이 암울해진 것은 주가가 상승세를 탈 때마다 유럽연합(EU)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 부족과 이해 관계 상충이 번번이 주가를 끌어내린 탓이다. 유럽 금융기관의 부채 축소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와 불확실성 증폭으로 인한 ‘셀 코리아’ 행렬도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일까지 외국인은 주식시장에서 6600억 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미국이 약 6000억 원어치를 팔아치웠고 독일, 프랑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 국가들도 매도 우위를 보였다. 채권시장에서는 4조3000억 원이 순유출됐다. 미국 자금이 2조5000억 원, 유럽계 자금이 1조8000억 원이었다.
선진국발 경기둔화가 신흥국으로까지 전이될 것이란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위험지표들도 일제히 상승하며 경고음을 내고 있다. 1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가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CDS프리미엄은 16일 1.59%로 7일(1.41%) 이후 상승세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유통되는 한국 정부채권의 수익률을 뜻하는 외평채 가산금리(2019년 만기물)도 7일 1.21%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15일 1.28%까지 올랐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역시 연말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며 국내 기업들의 실적 모멘텀도 약해지고 있으며 경제성장률도 하향 조정되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내년 경제성장률 기대치를 3.7%로 올해(3.8%)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주가를 위협하는 복병이 많은 만큼 올해 말엔 증시 등락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반짝 랠리’의 기대를 접기에는 이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럽·미국·중국의 경기부양 관련 정책 움직임,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 등이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등 여부에 따른 증시 하락 가능성에 주의해야 하지만 이탈리아 긴축안 승인 가능성, 한국형 헤지펀드 출범에 따른 수급 개선 등 긍정적인 변수들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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