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알뜰주유소 입찰 ‘꼼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0일 03시 00분


공급업체 선정불발에 방식-일정 슬그머니 바꿔

기존 주유소보다 휘발유 경유 등을 싸게 파는 알뜰주유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이 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할 업체 선정이 두 차례나 불발되자 입찰방식을 슬그머니 바꿨다. 또 입찰 예정일 당일에는 일방적으로 일정을 연기해 정유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알뜰주유소 입찰을 주관하는 농협과 한국석유공사는 지난주 각 정유회사에 “전국을 중부·영남·호남의 3개 권역으로 나눠 공급사를 선정하는 분할입찰을 19일 실시하겠다”고 통보했다. 전국 500여 곳의 알뜰주유소에 기존 주유소보다 L당 50원가량 싸게 석유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정유사가 나타나지 않자 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명목으로 입찰방식을 바꾼 것이다. 지경부는 8일 2차 입찰이 무산된 직후 “두 차례 유찰되면 법에 따라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며 최저가 입찰 대신 수의계약을 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농협과 석유공사는 입찰 당일인 19일 오전 정유업계에 아무런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입찰을 21일로 연기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대해 A정유사 관계자는 “지경부의 알뜰주유소 관련 행태는 비즈니스 상식에 어긋나는 무례한 수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지경부는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정유공장 소재지에 따라 각 회사에 공급물량을 나눠 맡도록 요구하기도 했다”며 “이런 입찰은 요식행위일 뿐”이라고 말했다. B정유사 측은 “지경부의 무리한 요구에 끝까지 입찰에 응하지 않을까 논의했지만 경유 수입회사에 바이오디젤 혼합의무를 면제해주는 건이나 최근 시작된 피크타임 전력사용량 10% 감축 완화문제에 발목이 잡혀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정유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경부는 입찰방식이 갑자기 바뀐 이유 등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지경부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문제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모든 대답은 공급자 선정이 끝나고 최종 결과가 나온 뒤에 하겠다”고만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