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개성공단 정상 조업… 南주재원 707명에 ‘말조심’ 당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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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업체들 신변안전 촉각… 통일부 현지에 상황실 설치

北 근로자 오늘도 정상 출근

“의외로 담담한 북한 근로자들의 반응에 우리도 놀랐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A사 대표는 19일 오후 5시경 남측으로 입경한 직원의 보고를 받고 이렇게 말했다. A사 등 복수의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에 따르면 현지 생산라인 안에 TV가 설치돼 있지 않아 북측 근로자들은 19일 오후 1시경에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북한지역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은 총 717명이며 이 가운데 개성공단에만 707명이 있다. 입주 기업들은 북측이 개성공단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우리 근로자들을 남측으로 철수시킬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우리 근로자들의 신변안전을 위해 남북협력지구지원단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관계자들로 합동 상황반을 구성하는 한편 개성공단 현지에 상황실을 설치했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측 근로자들이 20일에도 정상 출근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남측 근로자들의 신변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 기업에선 북한 근로자들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듣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지만 오후 5시 반 주간 업무시간이 끝날 때까지 일손을 놓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나눌 뿐 오열하거나 크게 격앙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입주기업은 북측 근로자들이 크게 술렁이면서 조업을 오후 3시경에 일찍 마치기도 했다. 입주 기업들은 심적으로 동요할 수 있는 북측 근로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남측 주재원들에게 “언행에 특별히 조심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오후 5시경 서울 중구 무교동 협회 사무실에서 배해동 회장 주재로 간부회의를 열어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입주 기업들은 28일 영결식까지 북한 당국이 근로자들의 추모행사 참석을 위해 휴업해 달라고 요구하면 따를 계획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1년간 김정은 후계체제를 탄탄히 다져 민중 봉기나 군부 쿠데타 가능성은 낮다”며 “개성공단에 끼칠 영향도 당장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3년째 금강산관광 사업이 중단돼 어려움을 겪는 현대그룹은 김 위원장의 사망이 관광 재개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현대아산은 장경작 사장 주재로 이날 오후 2시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이날 오후 1시 55분경 서울 종로구 연지동 사옥으로 급히 돌아왔지만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대북사업 전망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굳은 표정만 지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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