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Life]돌발적 북한리스크, 일단은 불안 잠복… 권력승계 과정은 “주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김정일 사망 이후 연말증시 투자전략

《유럽 재정위기를 비롯한 글로벌 한파로 고전하던 한국 증시에 초대형 리스크가 덮쳤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따른 북한 리스크이다. 19일 코스피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에 3% 넘게 급락한 채 장을 마감했다. 이후 코스피는 빠르게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금융시장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대형 위기가 중첩된 연말 증시, 투자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 북한발 시장 불안 길지 않을 것

지정학적 불안요인으로 공포심리가 극대화되자 시장의 관심은 과거 북한 리스크 당시 주가 반응으로 집중되고 있다. 과거 북한 이슈들이 금융시장에 던진 충격은 제한적이었으며 학습효과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충격의 강도 역시 줄어드는 추세를 보여 왔다. 북한 관련 사건이 발생한 당일 대체로 하락한 뒤 빠르게 반등하며 정상화되는 흐름이었다.

김일성 주석의 사망 소식은 사망 하루 뒤인 1994년 7월 9일 오후 알려졌다. 당일 증시는 마감한 뒤여서 이 소식을 모른 채 0.78% 오르며 마감했다. 김 주석 사망의 증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었던 첫 영업일이었던 11일 증시는 0.79% 소폭 하락하는데 그쳤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당시엔 한국 금융시장이 대외개방 전이라 외국인투자가 비중이 크지 않았던 데다 김 주석 사망 전에 북한 권력이 이미 김 위원장에게 완전히 이양돼 있어 불확실성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무력도발이나 핵 관련 이슈들에 대해서도 주가는 ‘당일 하락 뒤 빠른 반등’이라는 일관된 움직임을 보였다. 1999년 6월 15일 1차 연평해전에서 코스피는 2.21% 급락했지만 다음날 3.21% 급등했으며 이후 계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가장 최근 발생했던 북한 리스크는 1년 전인 작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 도발이다. 당시 코스피는 0.79% 하락하는데 그쳤으며 다음날 역시 0.15%로 소폭 하락하며 안정세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해 3월 26일 밤 발생했던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29일 주가는 0.34% 하락하는데 그쳤다. 핵실험 관련 이슈 때도 증시 반응은 비슷했다.

우리투자증권에서 1990년대 이후 북한 미사일 발사 등에 따른 주가 조정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주가 영향력은 최저 1거래일에서 최대 4거래일 정도에 그쳤다. 대북 충격으로 하루이틀 정도는 주가가 하락했지만 5거래일을 지난 다음에 측정해 보면 오히려 평균 2% 이상 상승했다. 실제로 이번 김 위원장 사망 하루 뒤인 20일 코스피는 0.91% 상승 마감하며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 권력승계 과정, 유럽 위기가 변수

그렇다면 북한 리스크로 인한 시장 불안기를 적극적인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공격적인 투자에 대해선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북한 리스크가 ‘적극적 매수 기회’였다는데 의견은 일치하지만 이번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는 판단이다. 김 위원장 사망이 후계체제 구축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데다 대외 경기 상황도 좋지 않아 주가가 기존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간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윤지호 한화증권 투자분석팀장은 “유럽 위기, 글로벌 경기침체에 북한 권력승계가 확고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부 권력분쟁 등으로 사태가 악화될 수 있으므로 코스피 1,700선 정도에서 매수 기회를 노려야 한다는 조언이다.

또 전문가들은 투자전략을 짤 때 북한 리스크보다는 유럽 재정위기를 좀 더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사망에 따른 불안감 상승으로 방위산업주, 라면과 생수 등을 제조하는 음식료 관련주 등이 주목받고 있지만 단기적인 테마주로 봐야 하고 이보다는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 종목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도주로 꼽히는 종목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등 대형 수출주이다. 외부환경 악화를 극복할 수 있는 경기방어주도 유망 종목으로 거론됐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북한 관련 리스크의 영향은 길지 않아 이에 따른 수혜주를 찾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이보다는 유럽 이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불안한 장세에서는 외부 변수에 따라 매출이 크게 변화가 없어 변동성이 작은 업종인 통신 전기가스 보험 등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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