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과 ‘친환경’. 언뜻 보기에 어울리지 않을 듯한 두 단어다. 포스코는 쇳물을 만들 때 철광석과 유연탄을 용광로에 넣기 전 덩어리로 만드는 과정을 생략해 유해물질이나 먼지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파이넥스(FINEX)’ 공법을 개발해 ‘친환경 제철시대’를 열었다.
포스코가 개발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동 중인 파이넥스 설비는 원료를 예비 처리하는 코크스 제조공장과 소결공장을 생략하고, 값싼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원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투자비나 생산원가를 15% 낮출 수 있다.
파이넥스 공법에서 사용하는 원료는 지름 8mm이하의 가루 형태 분철광석과 일반 유연탄이다. 분철광석은 전 세계 철광석 생산량의 80%를 차지해 덩어리 형태의 괴철광석보다 가격이 20% 이상 저렴하다. 또 일반 유연탄은 용광로에서 사용하는 코크스용 고급 유연탄보다 20% 이상 싸기 때문에 제조원가를 동급 용광로 대비 85% 수준으로 낮출 수 있어 원가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다. 용광로 대비 황산화물은 3%, 질산화물은 1%, 비산먼지는 28%만 배출돼 친환경 녹색 기술로도 각광받고 있다.
세계 유수 철강사들도 고품질의 고가 원료사용 한계에 부딪혀 저급원료 사용을 확대하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파이넥스 공법과 비슷한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아직까지 상업생산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는 1992년부터 파이넥스 공법의 연구에 들어가 1996년에 파일럿플랜트를 가동했다. 이어 2003년 연산 60만 t 규모의 데모플랜트를 건설해 상용화한 데 이어 2007년에는 규모를 더욱 확대해 2세대 연산 150만 t 파이넥스 설비를 가동하는 데 성공했으며,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바 있다.
포스코가 올 6월 착공한 파이넥스 3공장의 생산 규모는 연간 200만 t. 비(非)용광로 쇳물 제조법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150만 t급 파이넥스와 동일한 투자비를 유지하면서도 생산량은 33% 높아질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기존 4단 유동환원로(가루 철광석을 순수한 철 성분으로 바꾸어주는 설비)를 3단으로 간소화하고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이송하던 분철광석을 자체 발생하는 가스를 이용해 운송 투입하는 등의 차별화된 기술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핵심 대형 밸브류를 대거 국산화해 국내 관련 산업의 기술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는 계기도 마련했다.
포스코는 이번에 파이넥스 3공장에서 생산되는 쇳물을 사용하게 될 4선재 공장과 스테인리스 신제강 공장도 동시에 건설하는 등 총 2조2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5개월간의 건설기간 동안 총인원 125만 명을 동원함으로써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은 물론이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공장이 준공되는 2013년에는 포항제철소 전체 쇳물 생산량의 25%인 410만 t이 파이넥스 공법으로 생산되며, 저가원료 사용에 따른 추가 원가절감액은 연간 177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