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올것이 왔다” 침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6일 03시 00분


부회장 영장청구에 신규업무 중단-임원인사 연기

검찰이 계열사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최재원 부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SK그룹은 “올 것이 왔다”며 침통해하는 분위기다. 크리스마스가 낀 주말인 24, 25일에도 그룹 관계자들은 대부분 서울 종로구 서린동 본사 사무실에 출근해 향후 대책을 논의하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주요 경영계획 결정이 이뤄지는 연말이 검찰 수사와 맞물리며 SK그룹의 신규 업무는 상당부분 중단된 상황이다. 최 부회장에 이어 최태원 회장까지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며 지난주 발표할 예정이었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인사는 내년으로 연기됐다.

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까지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임직원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2003년 SK글로벌 사태 이후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이닉스 인수 및 해외 자원개발 사업과 관련해 추진해온 대규모 투자계획도 그룹 최고위층의 결재를 받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최 회장이 22일 경기 이천시 하이닉스 사업장을 방문해 “하이닉스를 SK의 새 성장 축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그룹 안팎에서는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최 회장이 비록 강력한 투자의지를 갖고 있더라도 수사 및 재판 결과에 따라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SK의 공시 담당부서 등에는 실제로 오너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향후 투자계획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묻는 해외 협력회사와 투자자들의 전화가 하루에도 여러 번 걸려오고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른 기업 이미지 추락은 SK 계열사의 해외 수주영업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사비가 125억 달러(약 14조3750억 원)에 이르는 에콰도르 마나비 정유공장 프로젝트와 칠레에서 진행 중인 2건의 화력발전소 수주. 이들 프로젝트는 최 회장이 직접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챙기며 해당 국가 정부 및 공사 발주기업 최고위층과 돈독한 친분을 쌓은 덕에 SK의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재판을 받게 되면 대외적으로 오너십이 흔들리고, 프로젝트 발주처 최고위층의 ‘정무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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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11-12-26 11:36:58

    국가적으로 큰 손실? 그 손실보다는 오너들의 도둑질을 막는 계기로 삼는다면 그게 오히려 더 득이다. 주식회사의 돈을 쥐꼬리만한 지분을 가진 오너가 마음대로 빼돌리는 자본주의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과감히 도려내야한다.

  • 2011-12-26 06:44:04

    전성철 기자에게 고합니다. 1) 이 사건 수사 중일 때 SK관계자로"공금이 아니라 최회장 개인 자금으로 사용한 것이어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라고 익명으로 흘린 SK관계자(홍보담당 같은데) 지금은 뭔 소리하고 있나요? 2) 기사 논조가 완전히"최회장까지 건드리면 경영에 차질+한국손실 온다"라는 협박조+읍소형 같은데. 이거 기자가 생각해도 웃기지 않나요? 이렇게 차질오면 왜 SK는 검찰조사에 진작 협조 못했다고 하나요?? SK 오너는 체질적으로 6~7년에 한번은 꼭 법정에 설 수 밖에 없는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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