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품질경영은 비싼 값에도 꼭 사고싶은 물건 만드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6일 03시 00분


무역 1조 달러 시대의 품질혁신 전문가 좌담

《 우리나라가 5일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어젖힌 국가가 됐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 출렁이는 환율과 꺾일 줄 모르는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등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외부 환경을 딛고 이뤄낸 성과여서 감격은 더욱 컸다. 하지만 공성(攻城)보다는 수성(守城)이 훨씬 어려운 법.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2011 품질혁신 좌담회’에 모인 전문가들은 “현재에 안주해서는 더는 성장은 없다. 품질 혁신을 통해 세계 최고의 상품을 만드는 데에 우리 경제의 미래가 달렸다”고 한결같이 강조했다. 김태규 한국품질경영학회장(한남대 비즈니스통계학과 교수)의 사회로 열린 이날 좌담회에서는 허경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장, 구자균 LS산전 대표이사 부회장, 김명준 우리산업 대표, 김영신 한국소비자원장, 김창룡 한국표준협회장이 참석해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품질의 역할 및 성과, 그리고 무역 2조 달러 실현을 위한 품질혁신 활동 방향을 논의했다. 》
○ 품질혁신이 이끈 무역 1조 달러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2011 품질혁신 좌담회’ 참석자들은 “‘무역 2조 달러’시대로 나아가려면 꾸준한 품질경영 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김창룡 한국 표준협회장, 구자균 LS산전 대표이사 부회장, 허경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장, 김영신 한국소비자원장, 김명준 우리산업 대표, 김태규 한국품질경영학회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린 ‘2011 품질혁신 좌담회’ 참석자들은 “‘무역 2조 달러’시대로 나아가려면 꾸준한 품질경영 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왼쪽부터 김창룡 한국 표준협회장, 구자균 LS산전 대표이사 부회장, 허경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장, 김영신 한국소비자원장, 김명준 우리산업 대표, 김태규 한국품질경영학회장.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사회=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는 등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현 위치에 오기까지 품질활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김창룡 회장=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이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면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느냐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품질이다. 인건비 등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 차이에서 비롯하는 가격경쟁력을 무시할 순 없지만 다른 조건이 같다면 품질활동이야말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

우리가 1970, 80년대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바로 품질활동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완제품을 검사하는 수준에서 한 단계 도약해 공정을 통해 품질을 실현하는 통계적 품질관리(SQC)를 실천한 덕분에 우리의 수출 주력상품을 섬유, 신발, 합판에서 TV, 선박, 철강제품으로 바꿔나갈 수 있었다.

1990년대 이후 우리 기업의 품질활동은 또 한 차례 도약했다. 품질의 문제를 회사 전체 차원의 경영활동으로 다루는 전사적 품질경영(TQM)이 새 패러다임으로 뿌리내린 것이다. TQM활동은 정보기술(IT),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수출 주력상품이 ‘메이드 인 코리아는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프리미엄 제품으로 글로벌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고객의 달라진 눈높이, 요구 맞춰야


▽사회=과거에 비해 공산품 품질 수준이 현저히 높아져 이제 어지간해서는 품질 성능만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힘들어졌다. 소비자가 바라는 품질의 요건은 무엇인지 말씀해 달라.

▽김영신 원장=상품을 살 때 가격이 적당한지뿐만 아니라 품질과 안전성까지 꼼꼼히 따져 선택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상품 개발과 유통 과정에까지 직접 참여하는 ‘프로슈머’가 등장하는 등 소비자의 목소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과거와 달리 상품 자체의 품질 요건인 성능, 내구성, 안전성뿐만 아니라 디자인까지 상품의 품질로 인식하는 등 점점 까다로운 요구를 하고 있다.

기업으로서 이처럼 소비자의 깐깐한 목소리는 상품의 품질수준을 높이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품질에 대해 까다롭기로 소문난 국내 소비자의 안목은 분명히 우리나라 기업의 품질경쟁력 향상에 큰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최근에는 경제수준이 높아지며 상품뿐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서비스 기업들은 서비스의 품질, 예를 들자면 본원적 서비스 외에도 부가서비스나 신뢰성, 친절성, 접근 편리성 등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이 한 차원 더 높은 품질혁신 경영을 위해 투자하고 노력해야 소비자와 기업이 함께 ‘윈윈’하는 선순환이 완성된다.

○ 품질활동으로 지속가능경영 추구


▽사회=LS산전은 2006년 한국품질대상을 받는 등 품질활동에서 선도적 기업이라는 평판을 구축했다. LS산전의 품질경영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나.

▽구자균 부회장=한때 반짝하는 기업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은 모든 기업의 바람이다.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서 성패를 가르는 것은 급박하게 변화하는 국내외 시장에 대한 대응능력이다. 가격경쟁력은 이제 우리의 무기가 될 수 없으며 원가 개념을 넘어서 품질은 그 같은 대응에 필수이자 기본이다.

LS산전은 크게 네 가지 측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첫째, 상품 기획, 마케팅, 제품 연구, 개발품질 평가 기능을 영업부문에 배치해 제품 탄생단계부터 고객지향적이고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둘째, 현장조직이 출시 전 제품 품질 및 신뢰성 평가 기능을 담당해 품질 문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셋째, 코퍼레이트 센터라는 조직을 통해 업무 조정과 의사 결정의 신속성을 높이고 품질경영활동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도록 하고 있다. 끝으로 고객 불만에 대한 품질검사를 강화해 고객의 불만을 없애고, 고객 상담센터를 통해 제품 품질과 고객의 요구를 체크해 고객 맞춤형 제품을 만드는 데 반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2008년 사내 연수원에 ‘품질사관학교’를 만들어 품질전문가를 체계적으로 키우고 있으며 전사적 품질경영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각 조직의 품질경영 수준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고유의 평가시스템도 개발했다.

○ 협력업체 품질경쟁력도 함께 관리해야


▽사회=우리산업은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중견업체로서 국내외 자동차 메이커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그동안 어떤 품질활동을 해왔는가.

▽김명준 대표=자동차부품의 품질은 곧 자동차의 품질이다. 부품 결함은 자동차 구매고객의 소중한 생명에 위협이 되며 우리 회사에도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불량을 막기 위한 꾸준한 예방활동은 필수다.

우리산업은 2009년부터 ‘Q3170’ 품질활동을 벌이고 있다. Q3170은 3년 안에 고객, 공정, 부품, 비용 지수를 70% 개선해 세계 최고의 부품기업이 되자는 것이다. 우선 설계단계에서 과거 품질문제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시제품 검증을 실시하고, 개발품에 대해서도 디자인 밸류에이션(DV) 테스트와 프로덕트 밸류에이션(PV) 테스트를 통해 양산 전에 충분한 신뢰성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현장에서도 품질분임조 운영, 품질개선 태스크포스 운영, 6시그마 활동 등을 통해 꾸준한 품질개선활동을 벌이고 주기적으로 그 성과를 분석, 검증하고 있다.

협력업체의 품질이 우리 제품의 품질과 직결되는 만큼 협력업체에 대해 공급망 품질협력지수 진단도 실시하고 있다. 진단 결과에 대해서는 지속적 의사소통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며, 주요 협력사에 대해서는 ‘1인 1사’ 기술지도·지원을 통해 품질수준 향상을 돕고 있다.

○ ‘소프트파워’와 ‘차별화’ 추구해야


▽사회=참석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무역 1조 달러 달성의 이면에는 품질경영을 위한 숨은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끝으로 우리나라가 세계무역의 중심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정부는 어떤 품질정책을 펴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허경 원장=품질 우위의 확보는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에도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샤넬이나 스티브 잡스의 사례에서 보듯 소비자 내면의 욕구를 읽고 창의력을 녹여낸 명품을 만들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품질경영의 세 가지 핵심은 △하드웨어 기술력 △소프트파워 △차별화다. 그런데 기업은 지금까지 가격 대비 성능의 최적화를 추구하는 하드웨어 기술력 부분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소프트파워와 차별화도 동시에 추구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23일 품질혁신 좌담회에 참석한 민관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우리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는 데 공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23일 품질혁신 좌담회에 참석한 민관 전문가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들은 “우리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추려면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라는 데 공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소프트파워는 하드웨어에 디자인, 브랜드 등 소비자가 원하는 감성적 가치를 입히는 것이다. 차별화는 제품이 갖는 기능과 감성적 가치가 다른 제품과 비교해 참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품질경영의 목표는 이제 그저 괜찮고 쓸 만한 물건이 아니라 소비자가 비싼 값을 치르고서라도 갖고 싶은 물건, 이른바 명품을 만드는 일이 돼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글로벌 명품 정보를 제공하는 ‘명품매거진’을 발행하고 중소기업의 품질노하우 공유를 위한 포럼을 열 계획이다. 또 TV 오디션 프로그램 같은 콘테스트를 만들어 명품으로 키울 만한 상품을 발굴, 지원할 방침이다. 끝으로 품질 관련 인적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해 품질명장을 마이스터고 강사로 활용하고, 품질명장에 대한 각종 지원도 확대하려 한다.

정리=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 좌담회 참석자 ::


○ 김태규 한국품질경영학회장(55)

―중앙대 응용통계학 석사, 동 대학원 수리통계학 박사
―현 한남대 비즈니스통계학과 교수
―현 쌍용건설 사외이사

○ 허경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 원장(54)

―기술고시 14회
―기술표준원 기술표준정책국 국장
―지식경제부 신산업정책관

○ 김명준 우리산업 대표(70)

―유일전자통신 대표이사 사장
―한라해운 대표이사 사장
―현 우리플라텍 대표이사 사장

○ 구자균 LS산전 대표이사 부회장(54)

―미국 텍사스대 국제경영학 석사, 동 대학원 경영학 박사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현 국제스마트그리드연합회 부회장

○ 김영신 한국소비자원장(59)

―한국소비자학회 회장
―재정경제부 물가안정위원회 위원
―현 보험개발원 비상임이사

○ 김창룡 한국표준협회장(52)

―행정고시 24회
―특허청 산업재산정책국장
―특허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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