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명퇴 칼바람… 금융권 오들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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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내년 실적부진 예상 몸집 줄이기
은행-증권업계 2000명 이상 감원

금융권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유럽 재정위기와 금융당국의 수수료 규제 등 국내외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을 것을 우려해 인원 감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말과 내년 초 은행권의 감원 규모가 2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은행은 1956, 57년생으로 내년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는 직원에게 준정년퇴직제를 시행한다. 이는 정년이 가까워진 직원들에게 정년퇴직이 되기 전에 퇴사 기회를 주는 일종의 희망퇴직제도다. 현재 대상 직원은 130여 명이며 구체적인 시기와 조건을 노동조합과 협의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 4, 5월경 전직(轉職)지원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은행 직원이 퇴사한 뒤 다른 직장에 들어가면 일정 기간 지원금을 주는 방식이다.

또 SC제일은행은 전체 직원의 13%에 이르는 848명으로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고 이 중 830명이 이달 말로 회사를 떠나고 농협중앙회도 최근 521명으로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한국씨티은행은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명예퇴직을 추진했다가 노조의 반발이 커 일단 유보하기로 했다.

증권업계에도 공식, 비공식적인 구조조정 압박이 거세다. 미래에셋증권은 실적 부진 등을 이유로 이사급 이상 간부 10여 명을 최근에 교체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회사 내부 분위기가 흉흉하다”며 “일부 부장급에 대해서도 사직 권고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증권도 직원 100여 명으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한금융투자에서도 장기근속 직원 30∼40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감원 한파’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도 몰아치고 있다. 자산규모 미국 6위 은행인 모건스탠리가 내년 1∼3분기에 전 세계적으로 약 16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고 미국 씨티그룹도 4500명을 감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3만 명 규모의 감원을 계획 중이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크레디 아그리콜이 2350명을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금융권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내년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대내외의 예상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 KB, 우리, 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내년 순이익은 모두 올해보다 평균 7%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는 대형 증권사의 순이익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지만 프라임브로커와 헤지펀드 업무 등에서 소외된 중소형 증권사들의 전망은 밝지 않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어두운 경기 전망뿐만 아니라 수수료 인하 등으로 금융권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금융권에 대한 신규 채용 압박도 대규모 구조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내년 신규 채용을 늘리려면 이에 못지않은 인력을 내보내야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신규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있어 명예퇴직이 아니더라도 기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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