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값 하락에 적자 누적… 원가 매입도 부담
2004년 세운 합작사 S-LCD지분 삼성에 매각
일본 소니가 삼성전자와 함께 2004년 설립한 액정표시장치(LCD) 생산법인 ‘S-LCD’의 지분을 삼성전자에 모두 매각했다. 이에 따라 8년째 지속된 삼성과 소니의 합작 협력관계도 일단 막을 내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26일 S-LCD에 대한 소니의 지분 3억2999만여 주를 1조800억 원에 전량 사들이는 주식양수도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그 대신 삼성전자는 소니에 LCD 패널을 시장가격으로 판매하는 새로운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소니는 2004년 급성장하던 LCD TV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S-LCD를 충남 아산시 탕정면에 세웠다. 자본금 규모는 3조3000억 원으로 삼성전자가 ‘50%+1주’, 소니가 ‘50%―1주’를 보유해 경영권을 삼성전자가 행사했다. S-LCD는 7세대, 8세대 등 2개 공장에서 주로 대형 LCD TV용 패널을 생산해왔다. 소니는 초기 자본금 투자를 빼고도 2004년부터 2009년까지 S-LCD에 약 2조 원을 투자했고, 여기서 생산되는 LCD 패널의 절반을 원가에 사갔다.
하지만 길지 않은 기간에 상황이 급변했다. 2004년 S-LCD 설립 당시 세계 TV 1위 업체였던 소니는 삼성과 LG에 밀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동일본 대지진 등 악재가 겹쳐 현금이 절실해졌다. 7개 분기(1년 9개월) 연속 누적 적자만 60억 달러(약 6조9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LCD 시장가격이 원가보다 낮아져 S-LCD를 통해 LCD 패널을 사들이는 것도 소니에는 부담이었다. 올해 4월 S-LCD가 15% 감자(減資)에 들어가면서 이미 두 회사의 합작관계 청산설이 나오기도 했다. 소니는 향후 TV를 일본 밖에서 위탁 생산하거나 LCD 패널 구입처를 다변화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TV용 패널만 생산하던 S-LCD 라인을 시장 상황에 맞게 노트북이나 모니터용 패널도 생산하는 등 탄력적으로 가동할 방침이다. 하지만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소니와의 합작사를 정리함에 따라 결국 소니에 파는 LCD 패널이 줄어들어 판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들어 삼성전자가 삼성LED와의 합병, S-LCD 지분 전량 매입, 하드디스크(HDD)사업부 매각 등을 통해 부품사업을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조직개편에서 사업부문을 부품과 완제품 분야로 분리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얘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변화하는 시장의 패러다임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기존 부품사업의 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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