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LG디스플레이의 중국 장쑤 성 난징공장 앞 대형 트리가 처참히 무너졌다. 성난 현지 직원 700여 명은 공장 앞마당으로 뛰쳐나왔다. 이들은 예년처럼 보너스 300%를 달라고 회사 측에 요구하며 줄 때까지 파업을 멈추지 않겠다고 외쳤다. 중국 시나닷컴에 오른 현장 사진은 전쟁을 방불케 했다. 건물 안에 걸려 있던 LG 간판은 떨어져 나갔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28일 “4년 동안 보너스를 지급해 왔지만 올해에는 액정표시장치(LCD) 시장 침체로 예년 수준의 보너스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 노사가 협의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난징공장은 2003년 LG디스플레이가 중국에 처음 세운 LCD 모듈 생산 공장으로 현지 직원들이 보너스를 요구하며 대규모 파업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난징에서 벌어진 파업 사태는 올해 LCD 시장의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2011년은 LCD 기업들에 기억하기 싫은 한 해였다. 시장가격이 원가 밑으로 내려가 만들수록 손해를 봤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7∼9월) 삼성전자를 제치고 LCD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약 1조 원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LCD사업부가 적자를 면치 못하며 조직 개편을 겪었다. 새해에도 이런 추세가 계속돼 TV와 LCD 업계는 생존을 건 치열한 전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 LCD의 수난시대
“소비자에게는 좋은 소식이, TV와 LCD, 유통업계에는 악몽이 됐다.”
2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주요 신문들은 LCD와 TV업계의 고충을 상세히 보도했다. 미국에서 팔리는 47인치 LCD TV 평균값이 최초로 1000달러(115만5000원) 밑으로 떨어졌다.
27일 중국 장쑤 성 난징의 LG디스플레이 현지 공장에서 직원 700여 명이 예년 수준의 보너스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연말에 300%의 보너스를 지급했지만 올해는 적자로 보너스를 줄였다. 중국 시나닷컴 홈페이지한국에서도 LCD TV 가격 파괴가 화제를 모았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올해 32인치 발광다이오드(LED) TV를 49만9000원에 팔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이패드보다 싼 TV가 화제가 되면 일반 소비자들이 TV 가격에 대해 눈높이를 낮추게 된다”고 우려했다. TV 가격이 떨어지니 TV 회사에 LCD를 팔아야 하는 패널업체들은 손해를 봐가며 공급량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잘나갈 때 이뤄진 LCD 업체들의 ‘담합’이 어려울 때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샤프 등 7개 LCD 회사는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담합해 소비자가격을 높인 혐의로 미국, 유럽, 한국에서 과징금과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신세가 됐다. 이들 회사는 우선 미국에서 27일 소송에 참여한 일반 소비자와 도매상 등에 모두 5억3900만 달러(약 6200억 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 새해는 산업 구조조정의 해
최근 소니는 삼성전자와 8년을 함께해 온 LCD 생산 합작법인인 S-LCD에서 발을 뺐다. 전자업계는 두 회사의 관계 변화가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니는 중장기적으로 대만이나 중국 등에서 더 싼값의 LCD를 공급받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여기에 TV 외에도 노트북 등 다른 제품용 LCD 제품을 생산하는 등 설비를 유연하게 운영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특히 최근 중국 정부가 해외에서 생산된 LCD에는 관세를 인상하려는 등 자국 업체들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장원기 전 삼성전자 LCD사업부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중국 본사로 이동한 것도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한 대응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당장 LCD를 완전히 대신할 만한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없는 상황에서 새해에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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