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3D TV 독한 싸움’ 새해에도 쭉∼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31일 03시 00분


글로벌 판매량 삼성이 1위… 국내선 LG가 52대48 앞서
55인치 OLED TV 놓고 불꽃튀는 기술 논쟁도 예고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엔지니어가 양심이 없다” “결국 연말에 소비자가 결론 낼 것”….

지난해 초 세계 TV시장 1, 2위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례적인 설전을 벌였다. 급기야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기자들 앞에서 LG디스플레이 엔지니어를 두고 욕설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LG 측에 사과 편지를 보내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두 회사가 악을 쓰고 싸운 이유는 3차원(3D) TV 패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안경을 이용해 3D를 구현하는 셔터글라스(SG) 방식을 썼고 LG전자는 화면을 분할해 3D를 구현하는 편광필름패턴(FPR) 패널을 LG디스플레이에서 공급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LG 방식은 진정한 초고화질(풀HD)이 아니라고 비판했고 LG전자는 삼성 방식은 플리커(깜빡임)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회사의 독한 라이벌전은 새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3D TV 전쟁의 승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D TV를 둘러싼 전쟁은 해외에서도 벌어졌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말 미국에서 ‘삼성·소니는 2차원(2D) TV나 만들어라’는 광고를 내보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네덜란드에서 ‘SG 방식의 3D 기술이 풀HD를 구현하는 유일한 기술’이라고 광고했고 LG전자는 곧바로 네덜란드 광고심의기구(ACA)에 부당한 광고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ACA는 10월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렇다면 두 회사가 벌인 전쟁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의 3D TV 글로벌 판매량을 보면 삼성전자가 1위를 지켰다. 지난해 3분기(7∼9월) 시장점유율 29%였다. 반면 LG전자는 성장률이 돋보였다. 지난해 1분기(1∼3월) 8%에서 3분기 14%로 2위에 올랐다. 3분기에 처음으로 분기 판매량 100만 대를 넘어섰다. 2010년 4분기(10∼12월) 이후 분기별 성장률은 LG전자가 91%, 삼성전자 37%, 소니 ―1%였다.

가장 접전이 벌어졌던 곳은 국내 시장이다. 국내 판매량은 정확한 통계가 없는 바람에 서로가 1등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국내 판매량은 6 대 4로 앞서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삼성전자 관계자는 “세계 1등이 국내에서도 당연히 1등”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대형마트에선 3D TV 판매량에서 LG전자가 삼성전자를 52 대 48 정도로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모델로는 LG전자의 47인치(LW5700) 모델이 3D TV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다.

○ 독한 싸움은 계속된다

새해에도 단순한 평판TV를 넘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보려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는 10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 3D 안경 12만 개를 공수하기로 한 상태다. LG 방식은 안경이 가볍다는 것을 강조하며 많은 관람객에게 경험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삼성과 LG는 또 새해에 나란히 세계 최대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선보이며 기술논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OLED도 3D처럼 새로운 기술이라 어떤 방식이 좋은지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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