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해는 팬택에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게 됐다. 지난해 12월 30일 4년 8개월을 이를 악물고 버텨온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완전히 졸업했기 때문이다.
팬택 박병엽 부회장은 3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워크아웃 졸업에 대해 “무덤덤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해외 부품업체나 통신사 등 거래처에 신인도가 높아졌고, 여러 의미로 물건을 더 많이 팔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이어 “그동안 자력으로 회사가 성장하면서 필요할 때 추가 금융지원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기술 투자를 늘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팬택의 새해 매출 목표도 공격적이다. 박 부회장은 “새해 스마트폰 판매량은 올해(650만 대)의 두 배 이상인 1450만 대가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년 만에 처음으로 3조 원 매출을 돌파했고, 새해에는 4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악으로 버틴 5년
팬택이 채권단에 갚아야 할 돈은 약 4500억 원이었다. 지난해 12월 28일 자산유동화증권(ABCP)을 발행해 약 2300억 원의 비협약채권을 상환했다. 또 협약채권에 해당하는 2200억 원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공동대출(신디케이트론)로 전환하는 데 동의했다. 늘 달고 다녀야 했던 ‘워크아웃 기업’이란 꼬리표를 완전히 뗀 것이다.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졸업하는 데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박 부회장의 ‘승부수’가 있었다. SK텔레텍 등의 무리한 인수로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자신의 지분을 모조리 내놓았다. 무조건 채권단을 찾아가 설득했고, 99.9%의 동의를 얻어 2007년 자발적인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 있었다.
지난해 12월 워크아웃 졸업 과정이 꼬여가자 박 부회장이 다시 나섰다. ‘사퇴’ 카드를 꺼내며 채권단에 마지막 지원을 요청했다. 결국 채권단은 곧바로 합의했고 박 부회장은 새해 1월 2일 시무식에서 CEO로서 직원들에게 신년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박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한 번 해보자’ 철학은 팬택의 조직문화가 됐다. 사실 워크아웃 기간의 경쟁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2008년에는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얼어붙었고, 2010년에는 아이폰발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났다. 대기업인 LG전자 휴대전화사업부(MC사업본부)도 적자로 휘청할 정도였다.
하지만 팬택은 버텼다. 팬택은 워크아웃에 들어간 2007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4분기까지 18개 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 앞으로가 중요하다
팬택의 특별한 새해가 그렇다고 탄탄대로인 것은 아니다. 새해 글로벌 경기는 안갯속이고 삼성전자 애플 같은 공룡 기업들은 고가(高價)뿐 아니라 중저가 시장까지 선점하기 위한 전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중국 기업들까지 가세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박 부회장도 지난해 12월 마지막 날까지 경영계획안을 살폈다. 박 부회장은 “종무식 이후에도 새해 성장목표와 여기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리스크 비용을 계산하며 경영계획을 살피고 있다”며 “내년도 경제상황 등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해 경영목표는 ‘내실경영’으로 체력을 더욱 튼튼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박 부회장이 오너십을 되찾는 문제도 남았다. 주식을 우선적으로 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이 있지만 누구의 투자를 받을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2005년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지난해 새 주인인 SK텔레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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