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비를 줄이고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지만 자녀 사교육비는 줄이지 않는다.’ 약 15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신한카드 전체 회원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연도별 1∼9월에 결제한 명세를 비교해 확인된 최근 소비 트렌드다.
5일 동아일보가 신한카드에 의뢰해 조사한 카드회원들의 카드 이용 행태에 따르면 전체 카드결제 금액 중 외식비 결제 비중이 2008년 11.6%에서 올해 10.6%로 감소한 반면 입시학원 토익학원 등 각종 학원비 결제 비중은 같은 기간 1.9%에서 2.8%로 높아졌다. 가정주부 양모 씨(42)는 “첫째 아이가 올해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수학학원을 추가로 다니고 있다”며 “애들이 뒤처질까 봐 학원을 안 보낼 수는 없고 그 대신 식비나 외식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취업난으로 토익이나 외국어학원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고 재취업을 위한 중장년층의 직업교육이 늘어난 점, 최근 국세청이 학원의 카드 결제 거부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카드사들이 학원비 할인 등 관련 부가서비스를 내놓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기름값 때문에 주유비 카드 결제 비중이 떨어진 점도 눈길을 끈다. 전체 카드 사용액 중 주유비 비중은 2008년 18.4%에서 2011년 14.9%로 크게 하락했다. 유류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가급적 자가용 이용을 줄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늘어나면서 대중교통 카드결제 금액은 같은 기간 452억 원에서 1254억 원으로 세 배 가까이로 급증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승객이 증가한 것 외에 최근 몇 년새 택시의 교통카드 단말기 보급이 확산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행과 헬스, 수영 등 스포츠 관련 지출 비중도 감소하는 추세다.
정보기술(IT) 환경 변화에 따른 소비 증가도 두드러졌다. 신용카드로 통신비를 결제한 금액은 지난해부터 매년 30∼40%씩 늘고 있다. 전체 카드사용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4%에서 4.9%로 높아졌다. 2009년부터 스마트폰 보급이 크게 늘면서 고가의 단말기 구입비용과 통신요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2008년 13만1259원에서 올해 3분기에는 14만1329원으로 커졌다. 카드사들이 통신비 자동이체에 대한 할인 마케팅을 펼친 점도 통신비 카드결제 비중을 늘리는 데 한몫했다.
한편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3구 거주 고객의 카드 사용 명세를 분석한 결과 강남 3구 주민들은 전국 평균치보다 외식과 여가 지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업종의 전국 평균 비중은 10.6%로 15개 업종 대분류 중 다섯 번째로 높았지만 강남 3구는 13.6%로 1위였다. 해외여행 결제 비중도 강남 3구 회원들이 전국 평균보다 2.3%포인트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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