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균형, 유동성, 차별화.’ 이는 현재 세계 금융위기의 뿌리인 동시에 또 다른 위험으로 가는 통로다. 국가간 불균형으로 생긴 어수선한 환경은 위기 당사국들이 돈을 찍어내면서 더 큰 위험지대로 가고 있다. 기업도 힘겨운 양극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주식시장도 태평성대의 모습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올 한 해가 마무리될 즈음 사람들은 증시가 유동성에 의해 참으로 요란하게 춤을 췄고 종목별로는 차별화가 더욱 심해졌다고 말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투자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올해 주가가 본격적으로 뜨는 시점은 무엇보다도 유럽 재정위험이 줄어드는 시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즉 세계 유동성의 버라이어티 쇼는 유럽 국채금리가 떨어지고 전 세계에 돈이 도는 시점에서 개막할 것이다. 앞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모두 그간 풀어 놓은 유동자금이 좌충우돌하면서 빚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럼 언제 유럽발 위험이 진정될까. 그 시점은 유럽이 가장 어두울 때를 보면 된다. 더욱 진전된 합의점은 국가 재정위험이 민간은행의 자본 확충 위험으로 넘어가게 되는 1분기 중 맺어질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 상품가격에서 길을 찾고 힌트를 얻어야 한다. 지정학적 위험을 제거하고 볼 때 유동성이나 재고, 수요 등에 의해 유가가 계속 강세를 보인다면 상황은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이는 사람들이 이미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 안전자산인 달러를 좀 더 높은 수익의 위험자산과 바꾸고 있다는 증거다. 빚을 갚는 데에만 정신이 없었던 미국 소비자들이 다소나마 자신감을 회복하고 금융기관들의 대출 태도도 좀 더 우호적으로 바뀌는 등 실물 측면의 호재가 싹튼다면 상품시장은 다른 어떤 시장보다 이런 변화를 빨리 감지해 가격에 반영할 것이다.
셋째로 올해에는 더욱 ‘시장이 아닌 종목’에 집중해야 한다.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해 돈을 벌기가 쉽지 않은 해라는 얘기다. 올해 대부분의 자산가격은 일관성을 갖춘 방향성보다는 변동성을 보일 확률이 높다. 아직은 경기에 일정한 추세를 부여하기가 어려워 시장이 기대와 실망 사이를 오갈 것 같기 때문이다. 즉, 시장 전체로는 제로섬 게임이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종목별로는 그렇지 않다. 새로운 성장분야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나 선제적 투자는 오히려 더욱 가열될 것이다.
결국 올해 시장을 ‘성장’이란 논리로 접근하기에는 주변 여건이 약하다. 추세가 형성되는 듯하면 그때부터 반대로 움직이는 파행이 자주 나올 텐데 경기 사이클은 약한 반면에 실물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돈은 훨씬 많이 풀려있기 때문이다. 성장이 약해지는 국면에서 역설적으로 경쟁에서 튀는 강한 성장기업의 주식을 사야 하는 이유는 난세에 승리하는 기업은 더욱 가치가 빛나고 또 오래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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