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올겨울 전력위기 막은 전력거래소 전기 경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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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5일 오전 5시 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 수요자원시장 상황실. 양민승 팀장 등 전력거래소 수요시장팀 직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이날 최저기온이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며 전력사용량이 예상보다 120만 kW 이상 증가하자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기 위한 비상 호출이 떨어졌다.

상황실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전력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전력 수요자원시장을 열기로 했다. 전력 감축을 유도해 전력수요를 분산할 목적으로 2008년 개설된 수요자원시장은 기업들이 특정시간대에 전력 사용을 줄이겠다고 입찰하면 낙찰받은 기업에 감축량 만큼을 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양 팀장은 곧바로 참여의사를 밝힌 115개 회사 전기설비 담당자에게 ‘수요자원시장 개설, 감축시간은 오전 9시∼11시 반. 입찰은 오전 8시 종료’라는 짤막한 문자메시지를 날렸다.

그리고 1시간 정도 지난 오전 7시 6분. 첫 입찰이 들어왔고, 상황실 직원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현대제철 포항2공장이 28만 kW를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 모니터에 떴다. 이어 8시까지 모두 47곳의 기업이 감축 가능한 전력량과 요구금액을 알려왔다. 이날 입찰에는 12곳의 공장과 약정을 맺고 입찰에 참여한 뒤 기업이 받은 낙찰금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돌려받는 IDR서비스라는 업체도 참여해 40만 kW의 전력을 줄였다.

이날 수요자원시장은 평균 104만 kW가량의 전력량을 줄이며 성공적으로 입찰을 마쳤다. 이 같은 양은 원자력발전소 1기의 발전능력과 맞먹는 것으로, 그동안의 평균 거래규모 40만∼50만 kW의 2배가 넘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이날 오전 9∼10시 사이 전력수요가 역대 최고인 7400만 kW를 넘어서고 예비전력이 500만 kW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사라졌다.

정세진 산업부 기자
정세진 산업부 기자
정부는 원전 추가건설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전력난을 극복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력대란 위기를 극복하려면 공급 확대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 시장의 힘을 활용한 수요 관리와 혁신이 필수적이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경제학)는 “5일 수요자원시장에서 감축한 100만 kW 용량의 원전 1기를 지으려면 12년간 3조 원 이상이 든다”고 말했다. 5일 올해 처음 열린 전력 수요자원시장이 주는 교훈이다.

정세진 산업부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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