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보다 성장, 글로벌 인재로 위기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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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12개 대기업 총수 신년사에 나타난 경영 키워드

한국 대기업 총수들은 올해 신년사에서 ‘성장’이란 용어를 많이 사용했다.

보수적 경영을 의미하는 ‘안정’ ‘내실’이란 용어는 자제했다. ‘위기’와 ‘기회’도 비슷한 빈도로 사용해 불황 속에서도 성장과 공격적인 경영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8일 신동엽 연세대 교수, 여준상 동국대 교수, 이동현 가톨릭대 교수, 최종학 서울대 교수,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등 경영전문가 5인에게 의뢰해 12개 대기업 총수의 올해 신년사와 신년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승한 홈플러스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등 12명이다.

○ 성장 47회, 안정 5회 언급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이건희 회장), 장기적인 성장의 발판(허창수 회장), 위기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김승연 회장)….

조사 대상 신년사에서 ‘성장’은 모두 47회가 언급된 반면 △안정(5회) △효율(4회) △내실과 생존(각 2회)은 상대적으로 빈도가 낮았다. ‘위기’와 ‘기회’는 각각 22회, 21회로 비슷하게 등장했다.

이동현 교수는 “총수들이 경기 침체와 저성장을 우려하면서도 신사업 강화, 신제품 개발, 신시장 진출 등 안정보다는 성장 전략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올해 대기업들이 ‘몸집 줄이기’보다는 투자와 성장을 강조하고 선진국보다 신흥시장, 기존 사업보다 신규 사업, ‘글로벌기업 따라하기’보다는 시장을 리드하는 ‘선도자 전략’에 주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인재와 고객이 위기극복 키워드

‘인재’ 16회, ‘사람’ 13회, ‘고객’은 26회 등장할 정도로 인용 횟수가 많았다. 위기 극복과 기회 포착을 위해 인재에 대한 투자와 고객중심 경영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구본무 회장은 “어려운 때가 (인재 확보의)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고, 정준양 회장은 “핵심 인재를 2014년까지 2000명 이상 확보할 것”이라며 목표까지 제시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해외 현지인재 확보’를 주문했다. 특히 구 회장은 ‘고객’이나 ‘고객가치’를 9번 언급하며 고객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이 밖에 △글로벌(25회) △가치(25회) △투자(14회) 등도 자주 언급된 키워드였다.

최종학 교수는 “총수들이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나 신시장 진출, 투자확대 등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앞으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관련 인재와 역량 강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성장과 책임 추구하는 ‘양손잡이 경영’


‘사회의 믿음과 사랑(이건희 회장), 따뜻한 성장(정용진 부회장), 따뜻한 경영(이승한 회장)….’

‘사랑’ ‘믿음’ 등 감정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한 점도 올해 신년사의 특징이다. 여준상 교수는 “‘신제품 마케팅’을 통한 새로운 시장과 ‘사회공헌 마케팅’을 통한 따뜻한 기업 이미지 확보가 올해 기업의 마케팅 화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엽 교수는 “대부분의 총수가 공격적 성장과 내실 강화, 경쟁력과 사회공헌을 함께 달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며 “21세기는 ‘선택과 집중’보다 효율성과 혁신, 가격과 품질 경쟁력, 성장과 책임 등의 얼핏 상반되는 것처럼 보이는 ‘패러독스’를 창조적으로 극복하는 기업이 지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울림’이 없는 신년사는 한계로 지적됐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호 대표는 “(신년사 내용이) 모두 중요하고 옳은 말이지만 울림이 있거나 주위에 권하고 싶은 메시지는 드물었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리더의 경험이나 이야기를 언급하고 ‘열심히 하자’는 식의 추상적인 표현보다 ‘땀을 흘리자’ ‘길을 찾아보자’ 등의 이미지 중심의 표현을 신년사에 더 많이 쓸 것을 제안했다. 이미지 중심의 표현이 리더의 비전을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데 더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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