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 씨(27)는 최근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새 휴대전화를 사기 위해 휴대전화 판매점을 찾은 김 씨는 직원에게 “기기 변경 대신 신규 가입을 해도 기존 번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위약금도 덜 내는 방법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최근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은 분실하면 수십만 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내야 한다. 통신사가 2년에 걸쳐 기기 가격을 지원해 주는데 이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남은 기간에 해당하는 기기 값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씨는 위약금 부담을 줄이려는 마음에 판매점 직원의 조언을 따랐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김 씨에게 손해가 되거나 지원금이 마케팅 비용으로 쓰여 다른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
김 씨가 판매점 직원의 말에 따라 휴대전화를 개통한 방식은 이른바 ‘에이징(aging)’. 이는 휴대전화 업계에서 쓰는 은어로 전화번호 회선을 당분간 두 개 유지하는 ‘무늬만 신규 가입’이다. 특정 기능이 일정기간 유지되도록 하는 것을 뜻하는 공학용어에서 유래했다. 예컨대 잃어버린 휴대전화의 번호가 ‘010-1234-5678’이라면 새로 ‘010-5678-1234’라는 번호를 개통한 뒤 휴대전화를 서로 맞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형식상으로는 신규 가입이지만 소비자는 예전에 쓰던 번호를 그대로 쓰게 된다. 판매점으로선 기존 가입자를 유지한 채 신규 가입자를 한 명 더 모은 셈이라 이동통신사에서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이 때문에 판매점 직원들은 이런 방식의 가입을 권유하며 자신들이 이동통신사에서 받는 인센티브로 위약금을 일부 지원해 준다.
문제는 간혹 통신요금에 어두운 노인이나 청소년 고객을 대상으로 위약금 부담을 조금 줄여주는 대신 기존 번호에 대한 통신요금을 더 많이 추가로 청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에이징을 하면 두 회선에 대해 이중으로 통신요금을 내기 때문에 소비자 부담이 오히려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휴대전화를 분실했을 때 손해를 안 보려면 위약금을 얼마나 보전해 주는지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판매점 단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며 “휴대전화를 잃어버리면 단순히 기기만 변경하면 되는데 꼭 신규 가입을 하라는 법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판매점 직원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게 통신사의 신규 가입자 선호 정책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 판매점 직원은 “통신사들은 신규 가입자 수치를 매우 중요한 실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늘리기 위해 이런 방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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