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만든 자동차. 대단할 것 없다고 여겼던 게 사실이다. 한국산 자동차와의 비교는커녕 기껏해야 중국에서 만든 모조품 정도를 상상했다. 적어도 시동을 걸고 트랙 위를 내달리기 전까지는 그랬다.
8일(현지 시간) 인도 푸네 시 인근 마힌드라차칸 공장의 시험주행로. 이곳에서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마힌드라가 지난해 9월 인도 시장에 출시한 최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UV 500’을 시승했다. “한번 운전해 볼 수 있겠느냐”는 기자의 요청에 공장 관계자는 자신 있게 키를 건넸다.
시승에 사용된 모델은 마힌드라가 자체 기술로 개발한 2200cc급 ‘m-호크’ 터보 디젤엔진과 6단 수동 변속기를 장착했다. 138마력을 발휘한다. 클러치를 밟고 시동을 거니 예상보다 정숙하면서도 엔진 소리는 묵직했다. 기어 단수를 높여가며 트랙을 내달리기 시작하니 약 6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붙여 나갔다. 다소 둔탁한 변속 충격은 흠이다.
가속능력이나 승차감은 한국과 미국의 동급 SUV에 크게 뒤지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낮은 단수에서도 높은 출력을 발휘하는 세팅이지만 속도가 시속 120km를 넘어도 실제 느껴지는 속도감은 덜했다. 상시 4륜구동(AWD)과 고급 서스펜션(현가장치)을 사용해 코너링에서도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연료소비효율은 L당 15.1km이다. 정차 중 자동으로 시동을 꺼 연비를 높여 주는 ‘오토 스톱&고’ 장치까지 달았다.
외관 디자인은 독특하다. 전면 디자인은 포효하는 치타의 얼굴에서 영감을 얻었다. 측면은 두툼한 장식선이 강인한 인상을 준다. 이 차의 인도 시장 가격은 11만∼13만 루피(2400만∼2860만 원). 보급형 경차 위주인 인도 시장에서는 최고급 차에 해당하지만 현대차 싼타페의 인도 현지 가격(22만∼26만 루피)의 딱 절반 값이다. 완성도나 상품성을 논하기에 앞서 인도 자동차회사가 내수시장에 걸맞은 낮은 가격대의 SUV를 만들어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전반적인 설계에서 미국차나 한국차를 참고한 흔적을 지우기 어렵고 마감 수준이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띄었다. 마힌드라는 XUV 500의 한국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성공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이 차가 당장 세계시장에서 엄청난 성과를 이루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불과 2년 전 마힌드라가 내놓은 SUV ‘자일로’와 비교하면 기술적 성장은 확연했다.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강자들이 긴장감을 가질 필요는 충분해 보였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