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이 ‘제일’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으로 11일 공식 출범한다. 지난해 말에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영업점 축소에 집중한 SC은행이 은행명 변경을 계기로 글로벌 은행으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SC그룹은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 지주 내 다른 금융계열사와 달리 은행만은 ‘제일’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왔다. 이는 외국계 은행에 대한 고객과 직원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SC그룹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은행 중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등 높은 성과를 거둔 반면 SC제일은행은 경영실적이 답보상태를 보이면서 은행명 변경을 검토해왔다. 김종우 경영전략담당 부사장은 “‘제일’ 브랜드보다는 SC를 전면에 내세워 글로벌 은행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름뿐만 아니라 국내 영업전략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우선 대도시 및 수도권 영업점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27개 지점의 문을 닫았고, 지난해 7월 파업 이후 폐쇄한 42개 지점 중 15곳의 영업도 중지된 상태다. 이는 국내 시중은행이 대도시뿐만 아니라 수도권 신도시에 앞 다퉈 지점을 늘리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SC그룹의 경영시스템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노조의 장기간 파업에도 경영 성과주의를 관철시켰고, 정보기술(IT) 기기를 이용한 ‘스마트 뱅킹 센터’ 등 해외 선진 사례를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SC은행의 차별화 전략이 한국 시장에서 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은 기존 고객, 특히 기업고객 기반이 워낙 적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해외 네트워크를 필요로 하는 국내 고객이 그리 많지 않고 인맥이나 관행에 따라 은행 거래를 하는 문화가 남아있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스탠다드차타드의 국내 진출 이후 주요 연혁 ::
1880년대 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 사무소 개설 2005년 4월 제일은행 인수 2005년 9월 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 출범 2009년 6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금융지주 설립 2012년 1월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 은행명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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