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었으니 금융권의 보수적 인사 관행도 바뀌어야 합니다.”(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깜짝 인사는 무능한 경영자의 전유물입니다.”(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연말 연초 인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KB 지주의 어 회장과 산은 지주의 강 회장이 서로 대비되는 인사관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어 회장은 지난해 12월 2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피’를 중용하는 파격 인사를 통해 은행의 보수적 문화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미 40대 대통령이 나왔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도 20대일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는데 KB국민은행이 부장을 부행장으로 발탁하고 KB저축은행 대표에도 부장급을 내정했다고 ‘파격’ 인사 운운하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어 회장은 “회의 때 입을 닫고 있는 임원들이 너무 답답해 비서에게 임원들의 발언 횟수를 적으라고 한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반면 강 회장은 이달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나 산업은행이 외환위기와 같은 비상상황을 맞은 것도 아닌데 깜짝 인사를 할 이유가 없다”며 “파격 인사는 무능한 경영자의 전유물”이라고 밝혔다. 이날 ‘일부 은행에서 파격 인사가 있었는데 조만간 산은 인사를 할 때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어 그는 “많은 경영학자나 경영 관련 서적들도 예측 가능한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인재는 차근차근 키워가야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존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산은금융은 현재 최고재무책임자(CFO) 자리가 공석이며 곧 임기가 끝나는 부행장도 몇 명 있다. 역시 공석인 KDB생명 사장 등 계열사 인사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계에서는 비슷한 행보를 보여 온 어 회장과 강 회장이 정반대의 인사관을 피력했다는 점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 어 회장과 강 회장은 지난해 10월 청와대에서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논의할 때 “한국은행의 보유 외환을 저리로 국내 은행에 빌려주면 은행의 외환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한은의 외환보유액 활용 방안에 대해 같은 의견을 표명했다.
스포츠 경영을 즐기고 국내 시장에서 생소한 신개념 서비스를 내놓았다는 점도 비슷하다. 어 회장은 지난해 양용은 선수와, 강 회장은 박세리 선수와 각각 스폰서십 계약을 했다. 두 선수 모두 한때 국민적 스포츠 영웅으로 떠올랐다가 이후 주춤하면서 후원 기업을 찾지 못하던 상태였다. 수신 기반 확대를 위해 어 회장은 대학생들을 겨냥한 전용점포인 ‘락스타존’을 41곳 개설했다. 강 회장도 은행 직원이 직접 고객을 찾아가 통장을 개설하는 ‘다이렉트 뱅킹’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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