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경영 임원회의. 본격적으로 회의가 시작되기 전 한 방송 광고가 도마 위에 올랐다. 임원들은 이 자리에서 광고를 언급하며 “남의 회사 역사를 가져다 쓰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가 된 광고는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방영을 시작한 기업 이미지 광고다. 도입부는 1대 한국민항공사(KNA)의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1948년 대한민국 민항의 시작’이라는 자막이 깔린 뒤 화면은 ‘1988년 아시아나 출범’ 자막과 함께 아시아나의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으로 오버랩된다.
이 광고에 대해 대한항공 임원들이 발끈한 것은 KNA가 사실상 대한항공의 전신이기 때문이다. 1948년 설립된 KNA는 1962년 정부가 출자한 대한항공공사에 인수됐고, 1969년 대한항공은 이 회사를 인수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는 “해당 영상은 대한항공이 KNA를 인수하기 전의 영상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며 “국내 민간 항공의 역사를 보여주고, 국내 항공업계가 단기간에 크게 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내부 분위기와 달리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는 것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매출, 탑승객 등 규모 면에서 격차가 있는 1위인 상황에서 맞대응에 나섰다가는 자칫 아시아나와 비슷한 규모의 회사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사별 여객 실적은 대한항공이 1349만여 명, 아시아나가 915만여 명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2위의 도발에 1위가 정색하고 나서야 하느냐’는 자존심 문제도 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두고 볼 수만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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