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붉은 쌀(적토미)로 유명한 전남 장흥군 용산면 월송리 월송농장. 농장주 한창본 씨(47)가 661m²(약 200평) 넓이 축사에서 한우 25마리에게 볏짚을 먹이고 있었다. 소들이 먹는 것은 일반 볏짚과 달리 녹색이었다. 한 씨가 키우는 한우는 높은 키 때문에 재배가 힘든 토종 쌀 적토미를 비롯해 흑토미, 녹토미 등 유기농 볏짚을 하루에 4kg씩 먹는다. 또 유기농 옥수수 가루 등을 하루에 2.5kg씩 먹는다. 후식으로 야생 상태에 가깝게 재배된 키위를 4개씩 먹었다. 식사를 마친 한우들은 축사 내 마른 흙이 깔려 있는 운동장에서 뛰어다녔다.
한 씨는 2008년 10월 서울 한 백화점에 한우 한 마리를 1680만 원에 납품해 국내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체중이 840kg이던 이 한우는 부위 구분 없이 kg당 2만 원에 납품됐다. 해당 백화점은 안심, 등심 등 고급 부위만 골라 kg당 16만 원에 판매했다. ▼ “어릴적 먹던 그 맛” ▼
일본 와규는 kg당 통상 50만 원에 거래된다. 최고 400만 원을 호가한 적도 있다.
한 씨가 키운 한우는 토종 쌀 짚을 먹고 자라 적토우라는 이름과 함께 국내 최고급 유기 한우 육질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서울 한 성당의 60대 부녀회장은 한 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린 시절 먹었던 한우의 맛을 다시 느끼게 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한 씨는 같은 유기 사육방법으로 4년간 한우 25마리를 키워 다음 달 두 번째 시장 출하에 나선다. 첫 번째와 달리 이번 출하 때 사육된 한우는 마리당 23.8m²(약 7.2평) 축사에서 동물복지개념을 가미해 음악까지 들려주며 키워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우들은 같은 연령이지만 600kg에서 1t으로 체중이 다르다. 1t짜리 한우가 kg당 2만 원을 받게 되면 2000만 원으로 최고 가격이 경신되는 것이다. 한 씨는 “농약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사료와 쾌적한 환경에서 자란 한우는 일본 와규를 능가하는 맛을 갖고 있다”며 “한우의 독특한 맛을 살리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명품 장식품을 팔던 한 씨는 1999년 고향인 장흥으로 귀농해 한우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적토미, 키위 등을 7만2700m²(약 2만 2000평)에서 재배해 얻은 볏짚 등을 소에게 먹이는 자연순환농업을 하고 있다. 명품을 팔았던 경험이 소의 품질 향상에 몰입하는 힘이 됐다. 전국에 유기한우 농가가 9곳 있지만 한 씨 한우가 가장 더디게 자란다. 한 씨는 올해 축사를 5289m²(약 1600평)로 넓혀 한우 사육 마릿수도 100여 마리로 늘리고 운동장도 확대할 계획이다. 또 다른 한우 농가와 함께 적토우를 250마리로 늘릴 계획도 갖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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