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2 CES의 삼성전자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대형 디스플레이 164대가 동원된 전시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디스플레이로 만든 수십 개의 육면체 구조물이 전시장 중앙에서 시작해 천장을 따라 넓게 퍼져나가는 모습에 관람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놀랍다’고 감탄하게 된다. 전시물의 이름은 ‘스마트 모뉴먼트’다. 제일기획 브랜드익스피리언스팀의 김지석 프로(44)는 이번 삼성전자 전시장의 연출책임자다. 》 김 프로는 만 8년째 CES와 독일 베를린 가전전시회 IFA 등 삼성전자의 수많은 해외 전시 현장의 연출을 담당해왔다. 제일기획은 전 임직원을 프로라고 부르는데 그에겐 프로라는 호칭이 잘 어울린다. 정신없이 바쁜 김 프로를 11, 12일(현지 시간) 이틀간 틈틈이 만났다.
김 프로는 ‘스마트 모뉴먼트’가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방향을 디자인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뉴먼트에서 디스플레이로 만든 육면체가 약간씩 엇갈리게 올라가서 뻗어나가는 게 보이시죠? 정렬된 게 아니라 일탈을 통해 진화하고 확산되는 모습을 표현한 겁니다. 또 관람객에게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게 하려고 노력했죠.”
그는 지난해 9월 IFA 전시회가 끝난 직후부터 이번 CES를 준비해 왔다.
“삼성전자가 전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전시회의 목표를 전달하면 제일기획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5, 6개의 디자인 시안을 놓고 토론과 고민을 거듭하죠. 시안이 결정되면 제일기획의 뮌헨디자인랩(MDL)에서 디자이너들이 실제로 디자인을 만들어냅니다. 이후에도 삼성전자와 제일기획 디자이너들이 계속 회의하며 아이디어를 다듬지요.”
관람객이 부스를 관람하는 시간은 평균 15분이다. 그동안 관람객이 신제품을 체험하고 삼성전자가 원하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디자인의 목표다.
이번 삼성전자 전시장은 사면을 둘러싼 것이 마치 성(城)처럼 보인다. 스마트TV, 스마트폰, PC, 생활가전 등 모든 디지털 기기를 ‘올 셰어’라는 이름으로 융합(컨버전스)하는 것을 성으로 표현한 것이다.
디자인의 힘은 아이디어뿐 아니라 디테일에서도 나온다. 안내 도우미가 입는 푸른색 유니폼 옷깃의 하얀 선 하나도 삼성의 일관된 그룹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김 프로는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평소 가장 강조하는 것도 ‘디자인의 일관성’이라고 귀띔했다.
김 프로는 독일에서 석사까지 마친 건축학도이다. 건축을 공부하면서 공간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4년 제일기획 독일법인에 합류해 그해 IFA부터 전시회를 준비했다. 이후 설과 추석은 고스란히 반납해야 했다. CES, IFA,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등 대형 전시회가 주로 1, 2, 9월 등 명절 즈음에 열리기 때문이다.
틈틈이 다른 회사의 전시공간을 관람하는 것도 그의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다.
“이번 CES에선 LG전자 부스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체 부스를 3차원(3D)이라는 콘셉트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고, 관련 콘텐츠도 많이 준비했더군요. 소니도 콘텐츠 공유와 접속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동선을 깔끔하게 정리해 관람이 편했습니다. 앞으로 삼성전자 전시장은 정적인 제품 전시를 넘어 관람객이 전시물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꿀 생각입니다. 라스베이거스의 잘 만들어진 쇼처럼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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