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국내 여성의류 업계 1위 업체인 한섬을 인수하며 패션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홈쇼핑은 한섬의 지분 34.6%를 4200억 원에 인수했다고 13일 밝혔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차별화를 통해 홈쇼핑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한섬을 인수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국내외 패션 브랜드의 추가 인수에 나서는 등 본격적으로 패션사업을 확장한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이 패션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을 두고 있는 신세계그룹과 어떤 경쟁을 펼칠지도 관심사다.
1987년 설립된 한섬은 타임, 마인, 시스템, SJSJ 등 여성복 브랜드와 랑방, 지방시 등 수입 브랜드의 국내 사업권을 가진 중견 의류기업. 지난해 매출액이 5023억 원(추정치)에 영업이익 1051억 원을 낸 ‘알짜 기업’으로 여성의류 부문에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의류업계에 따르면 한섬은 2세들이 패션 대신 부동산업에 관심을 갖는 등 승계 문제가 불확실해 지분 매각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8월 한섬의 중국 내 판권을 사들이기도 했다. 한섬 관계자는 “정재봉 사장(71)은 최대주주의 자리만 물려줬을 뿐 여전히 지분 26%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표이사직도 당분간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전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40)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협상은 지난해 하반기 시작됐는데 정 회장은 올해 초 한섬의 정 사장을 만나 인수 가격을 직접 담판 지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공격 경영을 할 계획이며 인수합병(M&A)도 고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홈쇼핑은 한섬의 브랜드 파워와 디자인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패션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품격 홈쇼핑을 지향해온 자사의 이미지 상승 효과도 내심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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