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저(低)성장과 소비 둔화, 불안한 중동 정세, 북한의 권력 교체, 총선과 대선…. 올해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짙은 안갯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각 기업 총수들은 안팎의 어려움 속에서도 내실을 다지면서 기회를 포착하는 성장을 화두로 제시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창조와 혁신 △고객 △내실과 기본 △상생협력 등 키워드를 통해 주요 기업의 2012년 비전을 알아본다.》 ○ 창조·혁신으로 글로벌시장 개척
SK그룹은 올해를 글로벌 성장의 원년으로 삼았다. 하이닉스반도체 인수를 마무리하고 기존의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의 두 날개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19조1000억 원을 투자하고 7000명을 새로 채용하는 공격적인 투자계획도 마련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국내에서는 경쟁사의 추격, 해외에서는 신흥 경쟁국의 부상으로 안팎의 도전을 맞고 있다”며 “기술 중심의 성장동력 등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해 BC카드를 자회사로 편입한 KT는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컨버전스(융합) 그룹’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KT와 BC카드의 인프라를 결합해 첨단 개방형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개발하고 글로벌 결제 시장을 선도한다는 복안이다. 롱텀에볼루션(LTE) 사업 등 무선인터넷 시대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신성장·창조혁신’의 경영방침을 세우고 차세대 항공기 및 여객 시스템 도입에 나섰다. 아시아는 올해 A321-200, A330, B747-400F 등 11대의 신형 항공기를 도입하고 2014년부터는 ‘하늘을 나는 특급호텔’로 불리는 A380 기종을 들여올 계획이다. 이 밖에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차세대 여객시스템 도입과 인천국제공항 내 제2격납고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 고객에 답이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 ‘고객가치’를 모두 9번이나 언급하며 고객중심 경영을 강조했다. 전자, 화학 등 주력사업에서 시장을 이끄는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아야 글로벌 경쟁을 이겨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LG전자는 스마트폰과 3차원(3D) TV를 앞세워 북미와 유럽의 선진 시장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시장을 공략한다. LG화학은 편광판 사업의 글로벌 선두 자리를 지키고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사업, 소형 전지,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업 등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OLED) TV 시장 선점에 나섰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에게 사랑받는 에버그린(Evergreen) 기업’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한국의 미(美)를 강조한 ‘K-beauty’를 화두로 중국시장 등의 공략에 나섰다. ‘연 매출 5000억 원이 넘는 브랜드를 키우고 연구개발 분야에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 내실과 기본 다져 위기 돌파구 마련
현대자동차그룹의 올해 경영방침은 ‘내실 경영을 통한 글로벌 일류기업 도약 기반의 구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2%가 넘는 성장률을 보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했다. 올해는 과도하게 판매를 늘리기보다는 세계무대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다지고 글로벌 브랜드의 위상을 강화하는 내실 경영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두산그룹은 올해 기존 제품의 품질을 높이며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앞으로 5년간 제품과 기술 경쟁력 확보에 주력해 세계 정상의 제품 및 기술을 확보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창의성과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박용현 두산 회장은 “‘사람이 미래다’라는 인재 중심의 경영철학을 실천하기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개선하고 효율적인 인사제도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STX그룹도 올해 ‘내실 경영을 통한 안정성장’을 경영방침으로 정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책임경영을 실천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올해 ’수주 43조 원, 매출 33조 원‘을 경영 목표로 정했다.
○ 상생 협력으로 사회에 기여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올해 고유의 신제품 개발과 초원가절감 프로세스, 글로벌 토털 솔루션 마케팅을 접목하는 포스코식 ‘패러독스 경영’을 주창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사와의 영업이익률 격차를 현재보다 2%포인트 이상 더 벌리는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정 회장은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시민과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포스코는 이를 위해 소통을 위한 사내외 네트워크와 공생발전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CJ오쇼핑은 올해 화두로 ‘상생’을 택했다.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고 사회가 고루 발전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전국의 우수한 농축산물을 발굴해 명품으로 육성하는 ‘1촌 1명품’ 사업과 중소기업 상품의 경쟁력 확보와 판로 개척을 돕는 공생발전 프로그램을 더 키워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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