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주가가 인수합병(M&A)설에 출렁이고 있다. 현대상선은 17일 2.27% 오른 2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 한때 14% 넘게 급등하며 2만9000원에 육박했던 16일의 열기에는 못 미치지만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현대상선의 이 같은 오름세는 현대상선에 대한 KCC의 적대적 M&A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CC는 지난해 만도와 현대자동차 지분을 판 데 이어 이달 13일에는 현대중공업 지분 239만 주를 처분해 약 70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해 놓았다. 이에 시장 일각에서 KCC가 이 자금을 이용해 현대상선을 적대적으로 M&A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대상선 피인수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배경이다.
2006년에도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을 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였으나 현대그룹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하지만 현대그룹 41.62%, 범현대가 33.48%로 양측의 지분 차가 크지 않아 아직까지도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과 KCC그룹,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는 현대엘리베이터(24.2%). 여기에 케이프포천(6.14%)과 넥스젠(5.73%), 개인주주 등의 우호지분이 있다. 현대그룹은 대우조선해양과도 손을 잡아 지난해 8월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상선 지분을 2.0% 사들였다. 반면에 범현대가에서는 현대중공업(16.35%) 외에 현대건설과 현대삼호중공업이 각각 7.71%, 7.31% 지분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KCC가 현대상선을 적대적으로 M&A할 가능성을 아직은 낮게 보고 있다. 2003년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을 두고 현대그룹과 맞서다 실패했던 KCC가 다시 현대상선에 손을 뻗을지는 미지수라는 것.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상선의 M&A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며 “하지만 KCC가 인수 의사가 있었다면 지난해 지분을 정리한 점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KCC는 2010년 보유하던 현대상선 지분 5%(우선주 포함)를 지난해 절반 이상 내다 팔아 지분이 2.11%까지 줄었다. 현대중공업의 M&A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강성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우호주주를 잃게 되면 현대상선이 적대적 M&A에 노출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라면서도 “추측만으로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해운업종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연구원은 “뚜렷한 호재는 없으나 지난해보다는 전망이 밝은 편”이라며 “다만 현대상선은 ‘M&A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높지 않은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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