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지난해부터 중국은 일본과 유럽산 스테인리스 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고, 대만 최대 철강회사인 차이나스틸은 한국 등 4개국의 철강 제품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자국 정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이처럼 각국이 철강 반덤핑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철강 수요도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철강은 산업의 특성상 생산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하기가 쉽지 않아 결국 가격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
또 국내 시장은 지난해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도 영향을 미쳤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내수 수요가 줄어들어 재고 관리에 부담을 느낀 신일본제철, JEF스틸 등 일본 주요 철강업체들이 가격을 30%가량 낮춰 팔기 시작했다”며 “철강 제품의 특성상 물류비가 많이 드는데, 가까운 한국은 물류비가 적게 들기 때문에 한국은 일본 업체들의 주요 시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국내 업체의 조강 생산량은 꾸준히 늘어나는 데다 중국의 저가(低價) 공세까지 겹치면서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가 됐다.
다른 나라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대만의 차이나스틸은 “한국 중국 일본 인도산 철강제품이 싼값으로 대만 시장에 들어와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20∼50%의 관세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은 아예 관세를 매기지 않았던 중국산 붕소강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치열한 가격 경쟁은 결국 수익성 악화로 연결됐다. 현대제철, 동국제강은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순손실로 돌아섰고, 국내 최대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2010년과 비교해 지난해 매출은 7조 원가량 늘었지만 순이익은 6000억 원가량 줄었다.
국내 철강업계의 ‘반덤핑 제소’ 움직임이 실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김주한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국내 철강 재고가 125만 t가량 되는데, 경기가 안 좋아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작고 이는 세계 시장도 마찬가지”라며 “상황이 너무 안 좋다 보니 (반덤핑 제소)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문제가 제소로만 해결되는 것도 아니어서 해외 업체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강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WTO에 제소를 하더라도 실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1년 반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실제 제소와 그에 따른 실질적 혜택을 보기까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피해가 누적되면서 회원사들의 태도가 지난해에 비해 강경하기 때문에 일단 첫 회의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업체 8곳이 주도해 철강협회 내에 설치한 ‘통상대책위원회’의 첫 회의는 1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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