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출신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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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8일 03시 00분


산업銀 지방대 출신 신입… 하남 연수장 생활 엿보니

지방대 출신으로 산업은행에 입행한 윤민준, 김동호, 서예원, 한윤정 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11일 산은아카데미에서 연수 도중 만나 파이팅을 외쳤다. 서 씨와 한 씨는 손가락으로 산업은행 로고를 만들어 보였다. 하남=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지방대 출신으로 산업은행에 입행한 윤민준, 김동호, 서예원, 한윤정 씨(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11일 산은아카데미에서 연수 도중 만나 파이팅을 외쳤다. 서 씨와 한 씨는 손가락으로 산업은행 로고를 만들어 보였다. 하남=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리스크 관리만 제대로 하면 자본주의의 부작용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은행도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수익 추구와 사회 공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습니다.”

6일 경기 하남시 망월동 산은아카데미의 신입행원 연수장. 이달 2일 산업은행에 입행한 신입행원 100명이 조를 나눠 토론을 시작했다. 스티브 포브스의 ‘자본주의는 어떻게 우리를 구할 것인가’를 읽고 각자의 생각을 밝히는 자리였다.

특히 지방대 출신 신입행원들이 거침없이 토론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사회적 기업 지원을 강조한 한윤정 씨(24·여)는 제주대, 리스크 관리를 역설한 서예원 씨(25·여)는 창원대 출신이다. 이들의 눈빛은 명문대 출신 동료 못지않게 반짝반짝 빛났다.

○ 혹시 하는 두려움이 자신감으로


신입행원들은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오전 9시부터 수업을 받는다. 오리엔테이션 위주였던 1주차와는 달리 2주차는 여신심사 등 업무 관련 강의가 매일 오후 9시까지 진행된다. 지방대 출신들은 “지금까지 살면서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해보는 것 같다”며 “대학 때 책에서 배운 내용을 실무적으로 익히니 머릿속에 흡수되는 속도가 훨씬 빠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어릴 때 시신경을 다쳐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윤민준 씨(25) 역시 “적응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청주대를 졸업한 윤 씨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에 당당히 합격했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자율학습 시간이 이어진다. 다소 빡빡한 일정이지만 지방대 출신들은 오히려 기회라고 여기고 있다. 서 씨는 “역량이 부족할까 봐 두려웠던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은 부족한 부분은 누구에게나 있다고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연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동기들이 잠든 뒤에도 오전 1시 반까지 공부를 계속한다.

○ 학연-지연 허무는 “우리는 동기”


명문대 출신이 많은 산업은행이 지방대 출신을 대거 뽑자 ‘인화(人和)’가 어려울 것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았다. 산업은행은 신입행원들에게 입행 전부터 팀 프로젝트를 시켜 출신 대학에 상관없이 동기들끼리 두루 친해지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연수원에서도 프로젝트나 발표를 준비하는 조를 매주 바꿔 100명 전원이 가까워지도록 했다. 신입행원자치회도 한 지상파 방송의 짝짓기 프로그램을 응용해 매주 무작위로 4명씩 짝을 지어 하루 일정을 함께하도록 하고 있다.

“기억하니 우리 꿈 써내려간 순간. 처음엔 함께할 거라 생각 못했지. 소리치며 땀 흘렸던 그 순간을 그 열정을. 나는 봤어 산은 향한 너의 진심을.” 신입행원들은 매일 아침 이런 ‘동기가’를 부르며 운동장을 달린다. 산업은행은 동기들끼리 우애를 돈독히 다지라며 매년 동기가를 직접 작사, 작곡해 부르도록 하고 있다. 지방대 출신 신입행원들은 올해 동기가를 통해 느낀 점을 이렇게 밝혔다. “동기가를 부르다 보면 학연과 지연은 금세 사라집니다. 지방대 출신은 오히려 기회가 더 많지요. 지방대 나왔다고 쫄지 마시고 당당히 지원하세요.”

하남=유성열 기자 ryu@donga.com  
최정호 인턴기자 서울대 심리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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