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소형차 브랜드인 ‘미니’는 하나의 틀 안에서 다채로운 변화를 보여준다. 그 틀은 언뜻 보기에 정형화된 모습이지만 개발자의 무한한 상상력과 어우러지면 가끔 예상하지 못했던 참신함을 안겨준다.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된 ‘미니 쿠페’는 미니 브랜드의 첫 번째 2인승 모델이다. 평균 길이가 4m 안팎으로 여느 경차와 맞먹는 미니가 더욱 작아졌다. 어디까지 작아질 수 있을까 궁금할 정도다.
작아지면 좋은 점이 뭘까. 움직임이 경쾌해진다. 시승에 사용된 고성능 모델인 ‘쿠퍼 S’는 1.6L급 휘발유 터보 엔진으로 최고출력 184마력을 발휘한다. 그리 높다고 할 수는 없는 수치다. 하지만 실제 느껴지는 가속감은 제원의 수치를 웃돈다. 일반 미니에 비해 45kg 줄어든 1190kg의 중량을 이끌고 한껏 달려 나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연료소비효율은 L당 14.5km이다.
운전은 즐겁다. 안락함과는 거리가 멀다. 미니 고유의 고카트(Gocart·유원지 놀이기구나 초급 레이싱 경주에 사용되는 1인승 자동차)에 가까운 승차감이 더욱 도드라진다. 차가 작아지며 민첩성도 높아져서다. 경쾌함을 더욱 높이기 위해 미니 쿠페에는 전용 서스펜션(현가장치)을 적용했다. 코너링도 큰 불안감이 없다. 터보엔진 특유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소리와 엔진음이 실내에 적지 않게 들어오지만 크게 거슬리지는 않는다.
디자인은 더욱 오밀조밀해졌다. 마치 장난감을 그대로 키워놓은 듯한 느낌. 헬멧을 씌워놓은 듯한 지붕에서 디자이너의 재치가 묻어난다. 트렁크 위 스포일러(고속주행 시 차체를 타고 흐르는 공기의 흐름을 아래로 눌러 안정감을 높여주는 날개 모양의 외부 부착물)는 시속 80km가 넘으면 자동으로 펼쳐진다. 차 안에서 버튼으로 꺼내고 접어 넣을 수도 있다.
실내 디자인에도 재치가 넘친다. 벽시계만 한 크기의 아날로그 계기반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형형색색 수시로 바뀌는 실내조명과 고급 음향업체인 하만카돈의 오디오시스템은 클럽에 온 분위기를 연출한다.
넓지 않은 실내는 최대한 활용했다. 천장 부분을 움푹하게 파서 탑승객의 머리가 위치하는 공간(헤드룸)을 키웠다. 음료수 병이나 잡다한 소품을 넣을 공간도 이곳저곳에 마련했다. 성인 두 명이 타기에 그리 좁지는 않다. 물론 3734mm에 불과한 차체 길이에 비해 생각보다 넓다는 얘기다.
미니는 지난해 쿠페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컨트리맨’을 출시하면서 점차 라인업을 넓혀가고 있다. 원조인 영국 로버(Rover) 시절을 포함하면 60년이 넘는 미니의 역사에서 가장 뚜렷한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이유는 하나.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접근하기 위해서다. 그러면서도 미니 고유의 형태와 승차감, 재치는 그대로다. 소비자에게 최대한 다양한 선택지를 내밀면서도 고유의 특성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으로 읽힌다.
미니 쿠페는 실용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독특한 운전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눈여겨볼만 한 차다. 가격은 일반형 3790만 원, 시승에 사용된 고성능 ‘쿠퍼 S’는 429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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