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일 100여 명의 외국 기자가 일본 시즈오카 현 하마마츠역에 모였다. 한국, 중국, 태국 등 아시아권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미국, 영국, 캐나다, 칠레 등 전 세계 각국의 기자들은 버스에 나눠 타고 도요타 자동차의 핵심 연구개발(R&D)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하마마쓰역을 떠났다.》도요타 글로벌 홍보팀 관계자 조차 “이렇게 세계 각국의 대규모 기자들을 초청한 것은 처음”이라고 할 만큼 이례적인 행사를 준비한 이유는 단 하나. 리콜 파문, 동일본 대지진, 엔고 등 쉴새없이 몰아친 악재(惡材)를 딛고 다시 도약하려는 도요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 친환경 자동차 기술력 과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1996년 12월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합작해 만든 회사인 PEVE(Panasonic Electric Vehicle Energy). 도요타가 PEVE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만 엔의 자본금 가운데 도요타가 80.5%, 파나소닉이 19.5%를 부담했다. 도요타 ‘프리우스’, 렉서스 ‘CT200h’ 등 도요타가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및 전기 자동차의 모든 배터리를 이곳에서 생산한다.
도요타는 태국, 미국 등에 생산 공장을 가지고 있지만 친환경 자동차 배터리만큼은 해외가 아닌 PEVE에서 생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도요타는 “친환경 자동차의 핵심 기술은 바로 배터리 생산 능력”이라며 “최고의 효율을 가지면서도 가장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외국이 아닌 국내 생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인건비 등을 줄여 원가를 절감할 수 있지만 원가 절감보다는 균일한 품질 관리가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배터리 제조 공장은 총 4개 층으로 되어 있는데, 음·양판을 각각 결합하는 기초작업부터 자동차에 장착되는 모듈을 만드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진다.
음판 6장과 양판 6장이 모여 1개의 셀이 되고, 6개의 셀이 모여 1개의 모듈이 된다. 그리고 프리우스를 기준으로 28개의 모듈이 1개의 팩으로 조립돼 차량에 장착된다. 도요타는 “차량마다 배터리에 쓰이는 모듈의 수가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으로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업자의 숙련도가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 친환경 자동차는 니켈 수소 배터리를 사용하다가 점진적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로 옮겨가는 추세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첫선을 보일 때부터 사용됐던 니켈 수소 배터리는 무겁고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반면 리튬 이온 배터리는 이 같은 문제점은 해결했지만 가격이 비싸고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약점이 있다.
이에 대해 하야시 요시로 PEVE 대표는 “도요타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는 상당 부분 검증을 끝냈다”며 “각 셀의 안전성, 작업의 수월성, 자동차 장착 후의 안전성 문제를 모두 해결했기 때문에 올해부터 도요타가 선보이는 하이브리드 및 전기 자동차에서 새롭게 개발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46년 역사의 ‘히가시 후지 기술센터’
도요타의 최장수 모델인 ‘크라운’과 일본 내 베스트 셀링 소형차인 ‘비츠’가 시속 60km의 속도로 서로 마주보고 달렸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두 차는 튕겨나갔고, 차 안에 있던 인체모형들은 에어백 속에 파묻혔다.
이튿날 도요타 R&D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히가시 후지 기술센터에서 열린 충돌 실험이 끝난 뒤 연구진은 녹화된 화면과 모형의 상태, 차량의 파손 정도 등을 꼼꼼히 살폈다. 작은 파편 조각 하나까지 일일이 찾아내 분석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966년 11월 설립된 이 곳은 200만 m²의 면적에 2900여 명의 R&D 연구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도요타는 “차량의 안전 기술, 차세대 엔진 개발, 차세대 친환경 차량 및 교통 시스템, 미래형 자동차 소재 등 자동차와 관련된 모든 연구가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수시로 열리는 이 같은 충돌실험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가 도요타 안전성의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도요타 R&D를 총괄하는 우치야마다 다케시 부사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도요타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기술 노하우는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 발전하고 있다”며 “PEVE와 히가사 후지 기술센터에서 개발한 다양한 기술들을 담은 신차를 올해부터 선보여 도요타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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