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직접 만드는 회사라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면 지상파 3차원(3D) 방송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LG전자는 기술력이 없기 때문에 셋톱박스를 따로 설치해야 합니다.”(삼성전자 TV 판매 직원)
“TV가 얼마나 민감합니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했다가 버그(오류)라도 나면 큰 문제입니다. 셋톱박스를 설치하는 게 훨씬 안전합니다.”(LG전자 TV 판매 직원)
회사원 김진혁 씨(33)는 지난 주말 3D TV를 구입하기 위해 서울시내 한 백화점의 가전제품 매장을 찾았다가 눈살을 찌푸려야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매장 직원들이 김 씨에게 자사 제품의 장점을 알리기보다 상대방을 비방하는 데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D TV 방송 수신 문제를 놓고 연초부터 설전을 벌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국들은 이르면 3월부터 3D 시범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기존에 판매한 3D TV로는 이 방송을 볼 수 없다. 양사의 3D TV는 카메라 두 대로 화면 양쪽을 찍은 뒤 겹쳐서 3D 화면을 만드는 ‘사이드 바이 사이드’ 방식만 지원한다. 스카이라이프 등 유료채널에서 송출하는 3D 방송은 이 방식을 사용해 기존 3D TV로는 시청할 수 있지만 일반 TV에선 화면이 아예 둘로 갈라져 보인다.
방통위는 이에 따라 최근 방송사에서 전파를 둘로 나눠서 송출하는 ‘듀얼 스트림’ 방식을 새로 채택했다. 전파가 공공재이기 때문에 일반 TV를 보유한 가정에서 3D 방송을 2D 화면으로라도 볼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상파 3D 방송 방식이 바뀌자 부랴부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셋톱박스 지원’이라는 대책을 내놓고 서로를 헐뜯고 있다. 삼성전자가 “LG전자는 기술력이 떨어져 업그레이드를 못한다”고 주장하자 LG전자는 “아직 3D 방송의 세부적인 기준들을 조율하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셋톱박스를 붙이는 게 훨씬 안정적”이라고 맞서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해 3D TV 패널 방식을 놓고 욕설까지 동원하면서 감정싸움을 벌인 바 있다. 올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최근 열린 가전전시회(CES)에서 LG전자가 “올해 3D TV 세계 1위를 하겠다”고 선언하자 삼성전자는 “LG전자는 경쟁자도 아니고 ‘비교 불가능(beyond comparison)’하다”고 반박하는 등 신경전이 연초부터 불붙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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