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앞둔 20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있는 오픈마켓 11번가 리스크매니지먼트(RM)팀. 한 직원이 ‘백 오피스(Back Office)’라고 이름 붙은 내부 인터넷망에서 부정거래, 위조품, 상표권 폴더를 체크했다. 그러자 ‘루이뷔통 키티’와 ‘호주 어그’ 등 지난 1년간 적발된 상품이 줄줄이 화면에 떴다. 사무실을 가득 메운 40명의 팀원은 이런 ‘짝퉁(가짜상품)’을 비롯한 지식재산권 위반 상품을 파는 ‘블랙셀러(Black seller)’를 잡아내고 있었다.
RM팀은 2008년 2월에 신설됐다. 당시 오픈마켓 내 위조품 거래 규모가 연간 8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며 업체들이 대대적으로 단속에 나섰다. 11번가의 경쟁업체인 옥션과 G마켓도 2008년 이후 상표권 침해 방지 프로그램인 ‘베로(VeRO)’와 ‘가품(假品) 200% 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후 11번가는 매년 15억 원을 위조품 검열 프로그램 개발 및 관련 인건비에 투자했다. 1차적으로 RM팀이 걸러낸 ‘의심 품목’들은 상표권자에게 보내 진품 여부를 검사받는다. 이런 식으로 적발된 가짜상품 적발건수는 2008년 연간 150건이던 것이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0건’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RM팀은 ‘적발건수 0건’에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말한다. 위조품 판매 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진짜와 비슷한 유명 브랜드의 상품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짝퉁을 묵인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많이 시도되는 짝퉁 판매 수법 중 하나는 정가의 70∼80%로 가격을 비슷하게 책정하는 것이다. 김재중 RM팀장은 “예를 들어 12만 원짜리를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 아니라 9만9000원 정도에 팔면 소비자들은 진품을 싸게 판다고 생각해 속기 쉽다”고 말했다. RM팀은 오픈마켓에서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판매등급이 낮거나 △구매 후기가 삭제됐거나 △판매자의 연락처가 없는 물품을 의심하라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일본의 오디오 테크니카와 소니의 헤드폰, 정보기술(IT)기기 액세서리 업체인 인케이스의 휴대전화 케이스 짝퉁이 오픈마켓에서 많이 거래되고 있다. 신학기를 앞둔 2월경에는 스포츠 의류 브랜드인 노스페이스 EXR 나이키 등이 RM팀의 집중 관리 대상이다. 이제까지 11번가에서는 가짜 아르마니 시계와 캘빈클라인 속옷이 제일 많이 적발됐다.
최근에는 상표권을 침해한 상품들도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초 방영된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등장하며 인기를 끌었던 ‘현빈 트레이닝복’은 오픈마켓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하지만 “당시 ‘현빈’이라는 이름을 걸고 판매된 대부분의 제품이 엄연한 상표권 위반”이라는 게 김 팀장의 지적이다.
겨울에 여성들이 많이 신는 ‘어그 부츠’ 또한 일반명사인 줄 알고 도용되는 대표적인 사례. 어그 부츠는 미국에 본사를 둔 ‘어그 오스트레일리아’의 제품이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어그 스타일’ 혹은 ‘어그 타입 부츠’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것은 불법이다. 이를 막기 위해 RM팀은 도용되기 쉬운 연예인 이름이나 상표들을 매번 검열 프로그램에 금칙어로 설정해두고 있다. 세 번 적발되면 11번가에서 상품을 팔 수 없는 ‘삼진아웃제’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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