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투자 3低 추락…저성장 한파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작년 경제성장률 3.6% 우울한 성적표

《지난해 12월 정부는 한국의 2011년 경제성장률이 당초 목표치인 4.5%엔 못 미치더라도 최소 3.8%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26일 실제 발표된 수치는 이보다도 0.2%포인트 낮은 3.6%에 그쳤다. 유럽 재정위기 ‘전염’이 현실화하면서 예상한 것 이상으로 실물경제에 타격을 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경제 사정도 별반 나아질 게 없다는 데 있다. 연초 유럽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경기침체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고물가와 10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등 경제 전반에 악재가 산적해 있다.》


○ “수출-내수 복합 불황 올 수도”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의 거의 모든 부문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민간소비(―0.4%) 정부소비(―1.7%) 등 내수가 심한 침체를 보였고 설비투자(―5.2%) 건설투자(―0.3%) 등 투자지표도 매우 부진했다. 그나마 수출(―1.5%)보다 수입(―3.1%)이 더 많이 감소해 ‘불황형 흑자’를 낸 게 분기 성장률을 가까스로 ‘플러스’로 유지시켜 준 요인이었다. 수출과 소비가 모두 어려워져 기업들의 재고가 늘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지난해 3분기에 시작된 유럽의 악재가 시차를 두고 4분기부터 국내 경제를 옥죄기 시작했다”며 “수출은 직격탄을 맞았고 소비와 투자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저성장 국면이 올해를 비롯해 앞으로 몇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수출이 문제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는 29억3200만 달러 적자를 내며 24개월 연속으로 이어온 흑자 기조를 위협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연초 1160원대에서 1120원대로 떨어졌고 유럽에 이어 중국 등 신흥국마저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의 이란 제재 여파로 춤을 추는 유가도 우리 경제에는 만만치 않은 악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이 앞으로 더 나빠질 텐데 내수가 받쳐주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라며 “수출과 내수의 복합 불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 목표로 내세웠던 3.7%의 성장률 달성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유럽 재정위기의 향방에 따라 올 1분기 실질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연간 3% 성장도 불안해질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분기 성적표에 올해 우리 경제 전체 향방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 대부분 업종 이익 전망치 하락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도 점점 하락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8개 상장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3조8949억 원으로 지난해 7월 말 추정치보다 12.37% 줄었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전망치가 나빠졌다. 금속 광물 화학 목재 등 소재업의 전망치가 33.7%로 가장 많이 줄었고 에너지(―19.3%) 의료(―15.7%) 산업재(―13.6%) 통신서비스(―12.7%) 등도 크게 떨어졌다. 증권사들의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올해 1분기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하는 셈이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2분기부터 글로벌 경기가 침체해 국내 상장사들도 영업이익이 줄었다”며 “올 초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 1분기 영업이익이 더 감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얼어붙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6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2월 전망치 원지수는 91로 나타났다. 1월 전망치(88.3)보다 2.7포인트 올랐지만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기준치(100)를 밑돌았다. 지수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기업인이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이란발 유가상승 압력 같은 대외 악재로 수출환경 악화, 물가급등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를 상쇄할 내수 및 정책 여력이 충분치 않아 기업들은 자금사정 및 실적 악화를 예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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