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인천 송도지점의 청원경찰 정민혁 씨(33)는 28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우리은행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정 씨는 그냥 ‘우수인력으로 뽑혔다’는 말만 들었지 이날 자신의 인생이 바뀔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이 행사 중 그의 이름을 부르자 정 씨는 머뭇거리며 연단으로 걸어 나갔다. 이 행장은 “이 청년은 청원경찰의 신분임에도 경쟁사 고객을 우리한테 끌어왔다”며 그를 정규직 행원으로 승진시키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정 씨는 이 은행장에게 큰절을 올리고는 눈물을 쏟았다. 이날 행사에선 창구업무만 하는 텔러인 수원지점 김정숙 대리도 우수한 영업실적을 인정받아 일반직군으로 전환됐으며 다른 두 명의 부지점장도 지점장으로 승진했다.
정 씨는 1998년 인천에서 공고를 졸업했다. 이후 선풍기 제조사 직원, 횟집 일 등을 전전하다가 농협에서 청원경찰 업무를 시작했다. 우리은행 송도지점에서 일을 한 것은 2005년부터다. 지금까지 7년 동안 송도지점 한곳에서만 일했다.
하지만 보안 관리만 맡는 여느 청원경찰과는 달랐다. 그는 “안녕하십니까. 우리나라 우리은행입니다”라며 매일 복도에 나가 인사를 했다. 정 씨는 “제 인사를 받은 손님들에게 ‘들어오신 김에 통장도 만드시고 적금도 드세요. 차도 한잔 하시고요’라고 설득했다”고 했다. 창구에서 가입을 거절하고 돌아서는 고객에겐 상품을 자세하게 설명하며 창구로 다시 가게 이끌었다. 정 씨는 “내가 휴가라도 가면 손님들이 찾을 정도로 ‘단골 고객’도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같은 지점에서 일하던 직원이 “우리 점포에는 이런 청원경찰도 있다”며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리자 칭찬이 이어졌고 소문은 당시 부행장이던 이 은행장에게도 전해졌다.
정 씨는 이제 은행 창구직원으로 새 인생을 시작한다. 처음엔 공과금 수납, 입출금 관리 등 기본업무부터 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회에서 각종 차별을 받는 고졸자들에게 희망과 근성을 잃지 말라고 조언했다.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기 학력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 번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말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백 번, 천 번이고 도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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