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 다방?… 현미경식 경영분석, 카페 구석구석 삼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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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30일 03시 00분


삼성 사회적 기업의 다문화가정 위한 첫 수익사업… 충북 음성 ‘카페 이음’ 개업 한달

19일 충북 음성군 금왕읍 카페 ‘이음’에서 결혼 이주여성 직원들이 고객이 주문한 커피를 내놓고 있다. 이음은 삼성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 ‘글로벌투게더음성’의 수익사업이다. 삼성사회봉사단 제공
19일 충북 음성군 금왕읍 카페 ‘이음’에서 결혼 이주여성 직원들이 고객이 주문한 커피를 내놓고 있다. 이음은 삼성이 설립한 사회적 기업 ‘글로벌투게더음성’의 수익사업이다. 삼성사회봉사단 제공
“커피 나와뜹니다(나왔습니다). 안녕가세요(안녕히 가세요).”

19일 오전 충북 음성군 금왕읍 무극리의 카페 ‘이음’. 캄보디아 출신 결혼 이주여성 킷 팔라 씨(29)는 서툰 우리말로 손님을 반갑게 맞았다. 한국에 오기 전에 커피 한 잔 마셔본 적이 없었던 그는 요즘 바리스타의 꿈을 꾸고 있다.

그는 이곳에서 하루 8시간 일하고 한 달에 약 120만 원을 번다. 건강보험 등 4대 보험 혜택도 받는 어엿한 정규직 사원이다. 킷 씨는 “월급을 모아 남편과 캄보디아 고향집에 가고 싶다”며 “정식 바리스타 자격증도 따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카페 이음은 2010년 12월 삼성이 설립한 사회적기업인 글로벌투게더음성의 첫 수익사업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열고 캄보디아, 베트남, 몽골에서 온 결혼 이주여성의 ‘코리안 드림’을 키우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최석진 삼성사회봉사단 부장은 “글로벌투게더음성은 음성지역 다문화가정의 적응과 경제적 자립 등 지역 사회의 현안을 해결하는 동시에 자생력을 갖기 위한 수익성도 확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에서 재무회계, 인사기획, 홍보 업무를 경험한 삼성사회봉사단 소속 직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등이 주축이 된 사업준비팀은 창업 환경, 업종 선택, 타당성 검토, 시장조사, 투자자금 규모, 사업성 분석을 마치고 사업계획서를 짰다.

처음 공방 제품과 커피 등을 판매하는 ‘멀티카페’ 사업 아이템을 정하자 “인구 2만2000명의 읍에 무슨 카페냐”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사업준비팀의 생각은 달랐다. 근처에 시외버스터미널과 농공단지, 아파트단지가 있어 주부 등 타깃 고객층이 충분했다. 지역 상권과 충돌 가능성도 낮고 글로벌투게더음성의 취업 교육과 일자리를 연계해 다문화가정과 지역사회의 사랑방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 커피 값은 시장조사와 지역주민의 주머니사정을 고려해 1900원으로 정했다.

제일기획 직원들은 한국사회와 이주여성을 이어준다는 뜻의 ‘이음’ 브랜드를 만들고 로고를 제작해줬다. 국내 커피전문점 한 곳은 최고의 바리스타를 파견해 온도 조절 등을 통해 일정한 커피 맛을 내는 노하우를 전수했다. 음성군은 2층 건물을 제공했다. 군청은 카페 간판을 가리던 대형 안내판을 요청한 지 하루 만에 다른 곳으로 옮겨줄 정도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카페 이음의 경영은 철저히 ‘삼성식’으로 운영된다. 삼성의 경영지도팀이 월 단위로 매출과 지출 계획을 세우고 재무 자금 사업운영 등 3개 분야 30개 항목의 점검 사항을 분기별로 평가한다. 올해 경영 목표는 연매출 1억 원. 인건비와 재료비 등을 충당하고 적자를 벗어날 수 있는 금액이다.

장문희 글로벌투게더음성 사업팀장은 “당초 카페의 하루 평균 매출 목표를 20만 원 정도로 잡았는데, 첫 달에 평균 25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며 “올해 경영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카페를 찾은 주민 이은주 씨(50)는 “처음엔 삼성이 이런 시골에까지 카페를 여는 줄 알고 반감이 들었지만 이주여성들이 일하는 사회적기업의 수익사업이라는 것을 알고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삼성은 음성지역에 소형 점포 형태의 카페 이음 2호점을 준비하고 있다. 최 부장은 “카페 이음을 전국 다문화가정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프랜차이즈 사회적기업으로 키워가고 싶다”고 말했다.

음성=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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