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은행장으로서 주가가 떨어져 미안한 마음이 있지만 300만 중소기업과 공존해야 하는 기업은행으로서는 중기 대출금리 인하가 불가피했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은행의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 제공
“대출금리 인하로 줄어든 이익을 메우려고 KT&G 주식을 파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내리겠다고 밝힌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올해 최대 4000억 원의 이익이 줄어들 상황인데도 임기 중 KT&G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밝혔다. 조 행장은 2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몇몇 은행이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지분 매각으로 이익이 크게 늘어나니 일각에서 그런 예상을 하지만 KT&G 주식은 기업은행이 정말 어려울 때 쓸 유산으로 남겨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1998년 KT&G 주식 951만 주를 주당 2만2378원에 사들였다. 27일 현재 KT&G 주가는 7만4600원까지 올라 매각하면 약 5000억 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그는 중기 대출금리 인하가 장기적으로 기업은행의 이익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의 순이익 중 80%가 중소기업에서 나오는데 올해처럼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고금리를 고집하면 은행의 생존도 어려워진다”며 “암 선고를 받은 환자를 방치하다가 저세상으로 보내는 의사가 아니라 ‘0기’ 암일 때 선제적으로 수술해 완치해 주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금리 인하 대상도 우량 대기업의 1차 하청업체가 아니라 은행 문턱을 넘기 힘든 2차 및 3차 하청업체, 소규모 중소기업에 집중해 진정한 금융의 상생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익 감소 예상액인 4000억 원은 수수료 인하 여파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라며 “전체 자금 중 조달 비용이 비싼 중소기업금융채 비중을 현재 48%에서 45%로 줄이고 예금을 12조 원 늘려 금리 인하로 인한 이익 감소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조 행장은 “2011년 수익이 2010년보다 많이 늘어나겠지만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하기 위해 배당은 2010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2010년 1조2901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고 이 중 20.5%인 2640억 원을 배당에 사용했다. 2011년에는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이미 2010년 전체 이익보다 많은 1조4034억 원이다.
최근 기업은행은 광고모델로 젊은 톱스타를 쓰는 다른 은행과 달리 85세의 방송인 송해 씨를 기용했다. 일부 직원들이 사내 게시판에 ‘젊고 역동적인 느낌을 주기 어렵다’고 반발해 조 행장이 해명 방송을 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은행과 거래하던 연세 든 고객들이 광고를 보고 기업은행을 찾는 일이 많다”며 “이번 일로 기업은행의 의사소통 구조가 건전하다는 점을 느껴 오히려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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