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투자가들의 러브콜이 뜨겁다. 1월 외국인이 약 6조 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쓸어 담은 배경에는 미국의 제로금리 등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중국의 긴축완화가 자리한다. 더불어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되리라는 안도감도 외국인의 신흥시장 복귀를 돕고 있다. 이제 우리의 관심사는 이런 외국인 매수세가 지속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우선 글로벌 저금리에 따른 유동자금의 신흥국 자산 매입은 올해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가 지난해와 다른 점은 채권시장이 이제는 금리가 떨어지기 어려운 과열 국면이란 점이다. 즉 돈이 더는 안전자산으로 쏠리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미국이 2014년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우량 신흥국 증시는 ‘유동성 장세’에 대한 일종의 보증서를 확보한 셈이다.
다음으로 중국의 긴축완화는 어떤가. 양적 성장을 접을 수 없는 중국으로서는 당분간 수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내수 부양을 택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올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금융완화와 재정확대 정책을 펼칠 기세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경기부양책을 가장 과감하게 쓸 수 있는 나라다. 물론 하반기에 수출이 예상보다 나아지면 경기부양의 칼을 슬며시 집어넣겠지만 올 상반기까지는 중국의 영향으로 아시아에 ‘돈 풍년’이 들 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유럽 상황은 지구상에 오갈 데 없는 돈들을 신흥시장으로 모으는 유동성 조절밸브 역할을 할 것이다. 유럽 국가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과 민간채권단 협상 난항 등 유럽이 한창 시끄러울 때 글로벌 한국관련 펀드에 5주 연속 돈이 들어왔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럽은 곧 또다시 위기의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은행 구제프로그램과 금융권 구조조정이 숙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최악의 위기국면에서 돈은 항상 신흥시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럽에 한 번 더 빨간불이 켜질 때 오히려 이를 악재의 소멸과 위험자산 시장의 공략 기회로 볼 필요가 있다.
결론은 올해 증시의 본질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올해 시장은 높은 변동성을 띨 것이다. 이 점이 올해 증시가 지난해와는 달리 희망이 있고 위로 열려 있는 이유다. 또 글로벌 유동성이 환율 고평가국에서 저평가국으로 흐르면서 글로벌 경기마저도 의외로 개선될 수 있다. 올해에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얼마나 추가로 살 수 있는지는 환율과 유가 수준을 보면 알 수 있다. 환율은 달러 표시 자산가격을 나타내준다는 점에서, 유가는 유동성의 힘을 결정하는 인플레 척도란 점에서 각각 의미가 있다. 1100원대의 환율과 100달러 내외의 유가 수준은 제한적이나마 유동성이 한국 증시로 더 공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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