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이랜드가 미국 프로야구단 LA 다저스 인수전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랜드 내부에서도 “믿기지 않는다”며 잠시 동요가 일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이내 “박성수 회장이 늘 강조하고 꿈꾸던 ‘레저테마도시’의 모양을 갖추고 있구나”라며 무릎을 쳤다.
이랜드가 레저테마도시라는 꿈을 향해 닻을 올렸다. 박 회장이 직원들에게 “사들이고 펼쳐라”고 말한 것처럼 인수합병(M&A)을 통해서다. 올해 사들인 사이판의 PIC사이판과 팜스리조트, 최근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쌍용건설, LA 다저스의 방향은 모두 레저테마도시다. 이랜드는 30년간 회사를 지탱하던 유통과 패션을 넘어 ‘글로벌 넘버원 휴락(休樂)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 “사들이고 펼쳐라”…No.1 휴락 기업
박 회장은 평소 ‘의(依,) 식(食), 주(住,) 휴(休,) 미(美), 락(樂)을 두루 갖춘 넘버원 테마도시’를 강조했다. 12억∼15억 달러(약 1조3536억∼1조6920억 원)에 이르는 LA 다저스를 인수하겠다며 피터 오말리 컨소시엄에 지분 10∼15%(1500억∼2000억 원)를 투자키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스포츠문화사업으로 이랜드 인지도를 높여 외국인을 유치하고 LA 다저스의 기념품을 테마도시에 전시할 수도 있다. 자금은 이랜드월드가 보유한 이랜드 중국법인의 지분을 팔아 조달할 방침이다.
레저테마도시의 콘셉트는 ‘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건전한 테마도시’다. 밑그림은 지난해 이랜드월드가 신설한 이랜드D&D 사업부가 그리고 있다. 이랜드는 2015년까지 강원 고성군 또는 제주도에 330만∼660만 m²(약 100만∼200만 평) 규모의 레저테마도시를 완공할 계획이다. 해외 용지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외 여행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난달 17일엔 세중투어몰의 후신인 투어몰을 인수했다. ○ 유통 패션에서 벌어 레저에 투자
박 회장은 유통, 패션으로 몸집을 키운 뒤 호텔·레저업으로 나아간다는 시나리오를 예전부터 구상해왔다. 이랜드는 1996년 설악켄싱턴호텔을 시작으로 하일라콘도(2006년), 한국콘도(2009년) 씨앤우방랜드(2010년) 등을 인수해 대명, 한화에 이어 호텔리조트 업계 3위에 올랐다.
그러나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잦은 M&A 시도에 일각에서는 우려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변정혜 동양증권 채권담당 연구원은 “이랜드가 최근 실적과 신용도가 좋아지긴 했지만 채권등급은 아직 BBB+”라며 “무리하게 M&A를 추진하면 자금 조달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랜드월드의 영업이익 등을 기반으로 한 현금창출 능력은 10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이랜드는 레저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대신 유통과 패션에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랜드는 올 매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15% 많은 10조 원으로 잡았다. 패션 부문은 중국을 앞세워 3조3000억 원에서 4조1000억 원으로 키울 방침이다. 국내 유통 부문은 NC백화점을 필두로 4조2000억 원에서 5조 원 규모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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