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의 ‘바이 코리아’ 열풍이 거세다.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리스크가 대부분 반영됐다고 받아들이는 데다 그동안 쌓아둔 유동성이 한꺼번에 한국 증시로 몰려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1일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들은 4156억 원을 순매수하며 연초부터 이어진 매수 랠리를 이어갔다. 이는 전날보다 3000억 원가량 많은 규모다. 외국인들은 1월 10일 이후 연일 순매수를 이어가며 1월에 총 6조3060억 원을 사들였다. 이는 한 달간 순매수 규모로 역대 최고 금액이다. 종전 최고 금액은 2009년 7월 5조9400억 원이었다.
1월 외국인 매수 랠리는 지난해 얼어붙었던 투자심리가 살아난 영향이 컸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로존 국가들이 국채 발행에 성공했고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자 외국인들이 다시 해외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21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럽 은행권을 대상으로 3년의 장기대출을 실시한 것도 유동성 공급에 힘을 실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까지는 글로벌 펀드들이 현금을 쌓아두었지만 1월 이후 현금 대신 그동안 줄여왔던 주식 비중을 다시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의 매수가 연일 계속되자 국내 증시도 당초 예상됐던 ‘상저하고(上底下高)’의 구도를 깨고 빠르게 오르고 있다. 코스피는 1일 1,959.24로 지난해 말 1,825.74보다 133.5포인트(7.3%) 올랐다. 외국인들의 투자 향방이 한국 증시를 이끌어 온 만큼 국내 투자자들도 외국인들의 이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2월에도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말 ECB가 1조 유로(약 1480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추가로 공급하는 등 투자를 이끌어냈던 동력이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의 추가 상승 기대감도 외국인들에게 매력적이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은 이미 세계 증시가 급락했던 7월 말 수준으로 주가가 회복됐지만 한국은 여전히 당시보다 낮다”며 “당시 주가인 2,170 선까지는 가격 메리트가 있어 매수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를 포함한 유럽 변수로 상황이 급변할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쓸 수 있는 실탄(현금)이 많이 줄었고, 1월 순매수 중 30%가량이 시장과 관계없이 차익거래를 위한 프로그램매매로 들어온 자금이라 향후 변수에 따라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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