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주를 찾는 비결요? 바로 ‘상상력’이죠. 이 회사가 미래에 어떤 성과를 낼지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좋은 투자를 할 수 있죠.”
민수아 신임 삼성자산운용 가치주식운용본부장(41)은 올해 1월 가치·중소형주 운용본부 책임자로 승진해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에서 첫 여성 본부장 시대를 열었다. 민 본부장은 그동안 가치주와 중소형주 투자에 발군의 실력을 보여 왔다. 그가 2007년 9월부터 운영한 ‘삼성중소형포커스’ 펀드는 지난해 급락장에도 불구하고 최근 1년 수익률이 8.97%로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13%를 크게 웃돌았다. 2일 기준 3년 수익률은 136.42%에 달한다.
“투자하다 보면 결과가 좋을 때도 있고 안 좋을 때도 있죠. 실제 기간을 더 쪼개 놓고 보면 올해의 경우 시장 수익률보다 제 펀드가 더 안 좋아요. 하지만 기업의 미래가치에 투자하다 보면 항상 (수익률 면에서) 시장을 이겼습니다.”
민 본부장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LIG손해보험 주식운용팀에 입사한 ‘1세대 여성 펀드매니저’다. 2006년 삼성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본부장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비결은 ‘시장이 아닌 기업을 보고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 기업을 고르기 위해 일주일에 3번 넘게 현장 탐방을 다녔다. 본부장이 된 뒤로는 회의나 외부 인사들과의 약속이 많아졌지만 퇴근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기업 탐방만큼은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평소 책이나 신문 기사를 통해 사회 변화상에 맞는 업종을 찾아내기도 한다.
“뜨는 업종은 오히려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실패를 줄일 수 있죠. 실제로 지난해 정부가 정책적으로 친환경 전기차를 지원한다고 해서 관련 회사들을 가봤지만 대부분 설비투자 대비 효율성이 낮아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민 본부장이 주목하는 키워드는 ‘브랜드 가치’다. 그는 “한국 증시는 이미 유동성이 풍부하고 정보도 많이 공개돼 아무도 모르게 숨겨진 ‘흙 속의 진주’ 같은 종목을 찾기는 어렵다”면서 “같은 능력이지만 앞으로 브랜드 가치가 올라갈 업종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특정 회사가 ‘싼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알려지다가 여러 변수에 따라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 ‘품질 좋은’ 제품으로 인식되면 제품 단가나 실적이 같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민 본부장은 “SM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라며 “원래 좋은 자원이 있었지만 한류라는 브랜드를 타고 더 크게 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 본부장은 최근 극성을 부리는 각종 테마주에 대해 묻자 ‘내 소관이 아니다’라며 손을 저었다. 그는 “특히 정치 테마주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몇 해 전 안철수연구소를 들여다본 적이 있지만 테마주로 불린 뒤로는 아예 손뗐다”고 말했다. 올해 투자 전략에 대해서는 “작년에는 유럽 리스크 등 거시적인 변수가 컸지만 올해는 큰 변수가 드물 것”이라면서 “이런 때일수록 투자하려는 기업에 대해 철저히 공부하고 투자하는 열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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