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주식시장을 지켜보면서 향후 장세는 상저하고(上低下高) 또는 상고하저(上高下低) 등과 같은 단어로 설명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유럽 재정위기와 신흥(이머징) 국가들의 경기 하강이라는 구조적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주요 중앙은행들이 이에 대해 폭발적인 유동성 증발(增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유동성은 이벤트나 뉴스 흐름에 따라 여러 자산 시장을 넘나들며 가격 변동성을 높일 것이다. 장기전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은 유럽 재정 문제나 경기에만 집중해서는 시장의 움직임을 놓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시행으로 유럽 민간은행들의 파산 위험은 거의 없어졌다. 또 이탈리아의 단기국채 입찰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이탈리아발 1분기(1∼3월) 국채 대란설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낮아졌다. 장기국채의 만기가 도래하더라도 단기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의 대란을 피해가고 있을 따름이지 유럽 재정 문제 자체가 해결 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니다. 결국 채권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겨주는 것으로 귀결되는 그리스 부채 협상과 또다시 구제금융설에 휩싸인 포르투갈의 사례는 ‘경제 성장’과 ‘강한 긴축’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제대로 시행돼야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만일 이탈리아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긴축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 LTRO를 통해 지탱되는 채권시장의 양호한 투자심리는 쉽게 악화될 수 있다. ECB가 국채시장에 좀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재정 리스크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경기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지금의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기는 좋지만 중국 경기는 하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2011년 4분기 성장률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같은 기간 한국의 수출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미국 경기회복보다 중국 경기둔화에 더욱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2011년 상반기 미국의 성장이 부진했지만 한국의 수출은 호조세를 나타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편 원자재 가격도 변수이다. 풍부한 유동성은 원자재 가격을 들썩이게 할 수도 있다. 이미 배럴당 110달러대를 넘나드는 두바이 유가가 더 오른다면 한국과 같은 자원 수입국 증시는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향후에도 유동성의 흐름이 주가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외국인투자가의 매매는 우호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의 프로그램 매수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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