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특정 회계법인과 장기 계약을 맺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 기업과 회계법인의 유착관계로 인한 부실 감사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1 회계연도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중 44곳이 같은 회계법인과 5년 이상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화학, 신한금융지주 등 11개 기업은 2002 회계연도 이후 10년 동안 단 한 번도 회계법인을 바꾸지 않았다. KT&G는 9년간 같은 회계법인과 계약을 맺고 있으며 SK텔레콤과 우리금융지주, 대한생명 등도 8년 동안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관행에 대해 장기간 계약으로 감사를 받는 기업과 회계법인 사이에 유착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사를 오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업 관계자들과 친분관계가 생기고 감사에 있어서도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임원진(파트너들)이 기업체 고위 관계자들과 친분이 생기다 보면 실제로 감사 결과에 일정 부분 영향을 주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유착관계를 막기 위해 2006년 장기감사인 교체 제도를 도입했지만 2010년 폐지했다. 최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도입 논의가 진행되자 이 제도를 되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반면 회계법인들은 감사인이 자주 바뀌면 기업 분석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한편 대형 회계법인의 시장 독식은 더욱 심해졌다. 100대 기업의 감사인을 살펴보면 2002 회계연도의 경우 ‘빅4’로 꼽히는 삼일, 안진, 삼정, 한영 회계법인의 비중이 81%였지만 현재는 4대 회계법인이 100% 맡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