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투자자들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정성근 이트레이드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48·사진)는 국내 인터넷 주식 거래 역사의 산증인이다. 1988년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에 입사해 증권가에 발을 디딘 정 대표는 1999년 말 국내 최초 인터넷 증권사인 이트레이드증권의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이후 기획팀 부장과 경영지원본부장 등을 지내며 인터넷을 통한 증권 거래 서비스를 진두지휘해 왔다. 》
그는 8일 “사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증권 거래는 기존 증권사가 먼저 시작했다”며 “하지만 인터넷 증권사들이 수수료를 기존의 10% 수준으로 낮춘 덕분에 인터넷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정 대표는 10여 년간 온라인 고객을 상대로 기획업무를 주로 해온 만큼 인터넷을 이용하는 개인들의 성향을 꿰뚫고 있었다. 그는 온라인 투자자들이 사고파는 패턴이나 주식 회전율이 빠르고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믿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고 평했다. 정 대표는 “증권사 보고서는 기업 펀더멘털(기초여건)에 집중하고 수익률 목표 기간도 길게 잡기 때문에 투자성향이 급한 온라인 투자자들은 인터넷에 있는 정보나 루머에 더 솔깃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보기술(IT)기기 발달로 정보의 양은 늘어났지만 정보의 질은 여전히 기관 투자가에 비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10년 전에 비해 개인들의 성장에도 주목했다. 과거에는 개인 중에 주식 투자를 통해 수익을 내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요즘에는 소위 ‘슈퍼 개미’뿐만 아니라 작은 수익률이라도 꾸준히 이어가는 개인이 많아졌다고 했다. 최근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개인들의 수익률과 시장 수익률의 편차가 예전처럼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들은 각자 투자 철칙이나 가이드라인을 먼저 세워야 한다”며 “예를 들어 주가가 5%까지 떨어지면 무조건 손절매한다든지, 오를 때도 목표 수익률을 확실히 정해둬야 시장의 쏠림 현상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인터넷 증권사 초창기 시절의 아쉬움도 드러냈다. 1999년 말 이트레이드증권은 웹 기반 시스템을 도입한 반면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키움증권은 기존 HTS를 적용했다. 고객들은 익숙하고 속도도 빠른 HTS를 선호했고 결국 대표 인터넷 증권사 자리를 키움증권에 내줘야 했다. 그는 “HTS는 개인 컴퓨터마다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접근성이 좋은 웹 기반을 선택했지만 전략적 착오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앞으로 경쟁이 치열한 인터넷 증권 거래 시장을 헤쳐 나갈 열쇳말로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꼽았다. 인터넷 주식 거래 시스템을 단순히 ‘수단’으로 제공하는 것을 넘어 좀 더 실생활과 가깝게 접근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주식 투자를 하기 전에 해당 종목의 과거 수익률 등의 기록을 보는 것처럼 야구 역시 기록의 스포츠 아니냐”며 “인터넷 증권 서비스에 야구 용어를 접목해 종목별 타율, 방어율로 표시하면 좀 더 쉽고 재밌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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