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A: “○○○ 종목을 보유 중인데 더 갈 수 있을까요?” 회원B: “그 회사 실적도 좋네요. 오늘 기관도 5000주나 들어왔고요.” 회원A: “좀 전에 증권사 무료방송에서 추천하는 바람에 걱정입니다. 이 경우 거래 터지면 자기네 유료회원 물량을 털고 나가던데….” 회원C: “오래 가져갈 종목은 아닌 듯하네요. 단기로 보고 내일 매도하시죠.”
정보력이 취약한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시장에서 ‘집단지성’을 활용한 주식매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터넷 주식카페뿐만 아니라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분석하면서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에게 맞서고 있는 것. 증권사들도 기존의 애널리스트 보고서나 증권시황 등을 제공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회원들의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매매시스템 제공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개미 군단’이 투자의 진화에 성공할지, 아니면 증시의 쏠림 현상만 부추길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기자가 이트레이드증권의 ‘조인(JOIN)’ 서비스에 직접 접속했더니 곧바로 회원들이 당일 사고판 주문 명세가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페이스북과 비슷한 ‘친구 추천’ 항목도 눈에 띄었다. 가입할 때 입력한 투자성향, 자산규모 등을 비교해 투자성향이 비슷한 회원들을 자동으로 추천해 주는 것이다. 대화창에서는 종목과 시황을 놓고 난상토론이 한창이었다. 회원 대박투자(가명)가 △△종목을 언급해 해당 ID를 클릭해 보니 실제 전날과 당일 오전에 이 종목을 매수한 내용이 줄줄이 나타났다. 여기에다 현재 수익률 상위 회원 리스트를 보여주는 등 초보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이트레이드증권뿐 아니라 삼성증권과 현대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블로그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증권사들이 자체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종목과 시황에 대해 고객들과 양방향 소통에 나섰다.
증권사들은 이런 움직임이 트위터나 인터넷 주식 카페에서 나도는 유언비어 등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엄기열 이트레이드증권 콘텐츠팀장은 “SNS 기반의 HTS는 회원들이 매매 내용을 공개하면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투자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까지 나서 SNS 기반 서비스를 내놓는 것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쏠림 현상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실제로 SNS 기반 HTS의 수익률 상위 종목에는 테마주나 단타 투자자들의 매매 타깃이 되는 소형주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또 자신이 투자한 종목을 띄우기 위해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커뮤니티 내 회원들이 함께 작전 세력으로 돌변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회원끼리 개인 포트폴리오를 공개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금융감독원이 작전세력 양성, 유언비어 유포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 채팅창과 게시판은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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