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00 선을 오르내리는 지금은 ‘돈의 힘’, 즉 유동성을 중심으로 주가에 접근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시간이 더 지나 경기 회복이 뒤따른다면 지금 오른 주가는 경기에 매우 선행적인 똑똑한 주가로 기록될 것이다. 반대로 경기가 뒷심을 보이지 못한다면 이번 장은 그저 돈에 의존한 탐욕스러운 장세로 평가되고 말 것이다. 어떤 경우든 지금은 주식시장이 좀 편안해 보이는 국면이다.
외국인들은 일단 지난해 한국 증시에서 내다 판 물량을 최근 급하게 도로 채워 놓았다. 일부 외국인이 2011년 한국 시장을 떠난 근본 이유가 한국 증시의 엄청난 고평가 때문은 아니었다. 외국인들이 최근 한국 주식을 다시 산 동기 또한 특별히 한국 증시의 저평가 논리에 있지 않다. 적어도 최근 한 달간만 보면 그들이 아시아 신흥국 주식을 쇼핑하는 가운데 한국을 빼놓을 수 없다는 관점에서 우리 주식을 사들였다. 주목할 것은 이 과정에서 2,000 아래에 포진했던 국내의 급한 대기매물이 상당량 소화됐고, 그 결과 시장은 수급 측면에서 매우 가벼워졌던 게 사실이다.
이제 한국 주식을 중립 정도로 채워 놓은 외국인들은 느긋하게 방향성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들이 한국 주식을 계속 공격적으로 사들이지는 않더라도 약간의 순매수 우위기조를 유지하는 한 시장은 강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외국인은 한국 증시를 계속 쥐락펴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금융 위험이 줄고 신용경색이 더 해소될 경우 이들의 유동성 플레이는 더욱 수월해질 것이다. 외인들이 향후 매수속도를 조절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도 ‘지난 지수 100포인트’보다 ‘앞으로의 지수 100포인트’ 시장이 훨씬 가볍게 느껴질 것이다. 외국인들의 공격적인 태도에 놀란 내국인들도 지금부터는 주식을 아낄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를 하면 이렇다. 유동성 장세는 상반기에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술적 숨고르기가 있더라도 이는 오히려 2차 유동성 랠리를 위한 좋은 조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또 올해 증시 변곡점은 향후 글로벌 경기와 하반기 기업실적 흐름이 좀 더 뚜렷해질 2분기에 나올 확률이 높아 보인다. 즉, 그때 가서 주식의 품질이 계속 개선된다면 주가의 조정 폭이 작거나 오히려 실적장세가 전개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올해의 강세장은 그 정도에서 마감될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주가가 좀 더 오르고 싶어 하는 듯하다. 그 배경에는 역시 지구촌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 있고 동시에 한국 주식만 한 품질과 유동성을 겸비한 국가가 드물다는 데에 외국인 한국 증시 사랑의 이유가 여전히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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